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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북한인권문제, 역발상 접근하라 / 황재옥

등록 2014-12-29 18:46수정 2014-12-29 23:02

황재옥 평화협력원 부원장·원광대 초빙교수
황재옥 평화협력원 부원장·원광대 초빙교수
“북한 인권 책임자의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를 권고하는 북한인권결의안이 지난 18일 유엔 총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해 4월 유엔 인권이사회가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를 출범시킨 이후 국제사회의 관심을 모았던 북한 인권 문제가 지난 22일 유엔 절차에 따라 결국 유엔 안보리에서도 정식 안건으로 채택되었다. 안보리의 공식 의제로 채택되면 최소 3년 동안은 필요할 때 언제든 안보리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논의하게 된다. 구속력 없는 유엔 총회와 달리 안보리에서 총회 결의안의 이행 문제가 논의되고 결의되면 결의 내용을 해당국에 강제할 수 있다. 이는 앞으로 북한에 큰 압박이 될 것이다.

이번 결의안 채택 과정에서 북한은 이전에 비해 훨씬 적극적인 공격과 방어를 병행했다. 유엔 총회 결의 이전에는 위협적인 언사를 쏟아 냈다. 아마도 김정은의 국제형사재판소 회부 문제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총회에서 결의안이 통과되자 그 결의안이 안보리에 상정되기 3일 전, 북한은 비핵화 합의서인 ‘9·19 공동성명 무효화 선언’이라는 초강수를 두었다. 이유인즉, 결의안의 안보리 상정은 미국이 인권 문제를 빙자하여 북한을 군사적으로 공격하려는 것이기 때문에 북한이 핵무장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북한인권결의안 때문에 2015년 벽두부터 동북아에 새로운 안보위기가 몰려올 가능성이 커졌다.

북한 체제의 특성과 북한 외교 스타일에 비춰볼 때, 앞으로 북한은 안보리에서의 논의 자체를 막기 위해 더욱 공세적이 될 것이다. 그리되면 미국도 가만있지는 않을 것이다. 북핵 문제, 인권 문제에 더해 미 영화사 소니픽처스 해킹 문제까지 새롭게 추가됨으로써 미국의 대북 압박이 더 거세질 전망이다. 지난 18일, 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내년에 북한이 ‘통 큰 외교전’을 펼칠 것이라 했다. 때마침 러시아가 김정은을 내년 5월 러시아에 초청했다. 북한이 말하는 ‘통 큰 외교’는 아마도 미국과 정치적으로 불편한 관계에 있는 중국과 러시아 등과 대범하게 관계를 강화함으로써 ‘반미통일전선’을 형성해서 미국의 압박을 돌파해 나가겠다는 뜻일 것이다. 결과적으로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 때문에 김정은의 국제형사재판소 회부나 새로운 대북제재는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을 것 같다.

문제는 이런 힘겨루기와 외교적 이합집산이 우리에게 미치는 파급효과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은 빼든 칼을 쉽사리 내려놓지 않을 것이고, 북한도 ‘통 큰 외교’로 미국의 압박을 정면 돌파하려 할 것이다. 소리가 요란할 것이다. 이 지루한 싸움이 계속되는 동안 한반도 안보 상황도 요동칠 것이다. 그 와중에서 우리 국민들은 안보 불안감에 떨게 될 것이고, 그렇지 않아도 안 좋은 경제는 북한 인권 문제 때문에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때때로 인간은 역발상으로 위기를 돌파하는 지혜를 발휘해왔다. 우리 정부가 으레 그랬듯이, 이번에도 한-미 공조라는 명분하에 미국의 대북압박 대열에 동참하면 우리에게 미치는 부정적 파급효과는 매우 클 것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역발상으로 접근하면 인권 문제에 대한 북한의 ‘협력적 수용’을 끌어낼 수도 있다. 결의안은 ‘압박’만 규정하지 않았다. ‘인권대화’와 ‘인도적 지원’도 포함되어 있고, 결의안이 확정되기 전부터 북한도 ‘인권대화’를 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가 ‘인권대화’ 쪽으로 물꼬를 트는 것은 어떨까? 안보불안감에 떨 국민들을 조금이라도 생각하고,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시작점으로서… 남북관계가 꽉 막혀 있는 상황에서 쉽지는 않은 일일 것이다. 그러나 내년 초 대통령 연두기자회견에서 제안해 볼 만한 일이다.

황재옥 평화협력원 부원장·원광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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