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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배달앱·셀카봉의 슬픈 이면 / 김양희

등록 2015-01-06 18:41수정 2015-01-06 18:41

배우 박신혜는 한 배달앱 광고에서 이런 투정을 한다. “왜 배달 음식 주문만 통화를 할까. 스마트폰으로 옷 살 때 통화해? 책 살 땐? 영화표 살 땐?”

광고가 전달하는 뜻은 간단하다. ‘전화 주문 없이도 음식 배달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자장면 두 그릇이요”, “오리지널 치킨 한 마리요” 등등 여타의 말이 필요 없이 원하는 메뉴를 손가락으로 꾹꾹 누르고 결제만 하면 된다. 수수료 때문에 부정적 인식도 더러 있지만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매출 규모는 연 1조원대로 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편리함으로 치자면 작년 중반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셀카봉만한 것도 없다. 길게는 1m까지 늘어나는 봉 끝에 휴대폰을 고정하는 셀카봉은, 여러 사람이 함께 이탈자 없이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상하좌우 다양한 각도에서 여러 가지 연출도 가능하다. 시사주간지 <타임>이 지난해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로 꼽기도 했던 셀카봉은 최근 줌 기능까지 탑재해 편리함을 더해가고 있다. 셀카봉의 출현과 함께 유명 관광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던 “사진 좀 찍어주실래요?”라는 말은 서서히 자취를 감추고 있다.

<탈무드>에는 “입은 말을 통해서 사람의 육신이 공간 속에서 겪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해주며, 사람은 말을 함으로써 공간 속에 자기 자리를 잡고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게 된다”고 적혀 있다. 하지만 손이 곧 입이 된 디지털 사회에서 사람은 ‘말’이라는 매개체 없이도 손가락 움직임 하나로 배달 음식을 주문하며, 어느 누구의 도움 없이도 혼자서 사진을 찍고 길을 찾을 수 있게 됐다. 더불어 타인에게 말 걸기는 더욱 어려워지는 단절의 시대가 함께 찾아왔다. 여느 때보다 더 타인과의 소통을 강조하지만 가장 쉽고 흔한 소통조차 사라지고 있는 모순된 사회. 디지털 사회의 편리함 속에 잊고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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