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전 운명이 엇갈렸던 태양계의 두 천체가 올해 다시 조명을 받는다. 2006년 8월 국제천문연맹(IAU)의 천문학자들은 천체 분류기준을 정리하면서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 케레스(세레스·Ceres)를 왜행성(왜소행성)으로 격상하고, 태양계 행성 가족의 일원이던 명왕성(Pluto)은 왜행성으로 격하한 바 있다. 물론 격상이니 격하니 하는 말은 사람들이 붙인 등급 평가일 뿐이고 케레스나 명왕성은 그대로 존재하지만 명왕성의 행성 퇴출은 많은 이들에게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당시 천문학자들은 천문관측이 발전하면서 명왕성에 버금가는 천체도 잇따라 발견되자 ‘무엇이 행성인가’, 즉 행성 자격을 다시 따져 엄격히 제한하고자 했다. 그래서 마련된 행성의 자격은, 첫째 태양 둘레를 공전할 것, 둘째 질량이 충분히 커 공 모양을 갖출 것, 셋째 자기 궤도를 지배하는 존재일 것 등이었다. 명왕성은 셋째 기준에 걸려 퇴출됐다.
명왕성은 퇴출 이후에도 행성 가족으로서 쉽게 잊히지 않았다. 명왕성 지위 복권 캠페인이 이어졌다. 2008년엔 ‘행성 대논쟁’이라는 국제학술대회가 열려 행성 기준은 다시 뜨거운 쟁점이 됐다. 2012년엔 명왕성이 거느린 위성이 다섯이나 된다는 사실이 알려져 복권 운동이 새로이 주목받았다.
공교롭게도 2006년은 태양계의 가장 먼 행성 명왕성을 관측하겠다며 미국 항공우주국(나사)의 우주선 뉴호라이즌스가 발사된 해였다. 9년이 지난 올해 7월, 뉴호라이즌스호가 마침내 명왕성에 근접하면서 명왕성의 선명한 영상과 관측자료를 보내올 때쯤엔 ‘행성 명왕성의 향수’도 다시 일지 않을까. 3월엔 다른 우주탐사선 돈호가 왜행성 케레스의 근처를 지나며 관측 영상과 자료를 보내와 케레스도 화려한 조명을 받을 예정이다. 2006년 뉴스에서 운명처럼 얽혀 등장한 명왕성, 케레스, 뉴호라이즌스가 이렇게 2015년 뉴스에서 다시 만난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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