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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야! 한국사회] 테러와 감시의 악순환 / 강정수

등록 2015-01-21 19:02

강정수 ㈔오픈넷 이사
강정수 ㈔오픈넷 이사
새해 벽두 프랑스에서 벌어진 테러 사건은 인류를 감시사회의 그늘로 빠져들게 하는 기폭제였다. 영국 하원선거가 오는 6월에 열린다. 현재 나이 49살의 영국 총리 데이비드 캐머런이 이끄는 보수당과 45살 에드 밀리밴드를 총리 후보로 내세운 노동당의 박빙 승부가 예견되고 있다. 캐머런 총리는 서둘러 ‘반테러’를 선거운동의 중심으로 끌어가고 있다. 첫 구호는 와츠앱 등 모바일 메시징 서비스의 암호화 반대다. 자신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암호화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선거공약을 제시했다. 사생활 보호 그리고 표현의 자유보다 테러 예방이 더욱 중요하다는 논리다. 캐머런 총리는 영국 정부의 공공 데이터 개방과 공유 등을 모범적으로 이끌어온 인물이다. 여성 리더십을 대표하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프랑스 테러를 계기로 ‘통신기록 보관법’의 적용 범위를 모든 인터넷 및 모바일 서비스와 비행기 탑승 정보로 확대하고 이렇게 수집된 정보에 국가정보기관이 영장 없이 임의로 접근할 수 있는 법안 통과를 요구하고 있다. 독일 사회 대다수 구성원은 구글 지도 서비스에 주택 베란다가 노출되는 것은 사생활 침해라고 주장할 정도로 개인정보 보호에 민감하다. 그러나 테러 위협은 모든 의제를 압도한다. 유럽연합 12개 국가 내무부 장관들은 프랑스 테러를 계기로 한자리에 모여 표현의 자유를 비타협적으로 옹호한다는 성명서를 채택했다. 이들은 다른 한편으로 인터넷망 사업자가 인터넷의 유언비어와 증오 발언을 더욱 철저히 감시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에게 표현의 자유와 난폭한 목소리는 서로 대결하는 개념인가 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월16일 국가안보에 필요하다면 미국 경찰과 정보기관이 암호 기술을 우회할 수 있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를 위해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의 협력이 필요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애국자”임을 강조한다. 최근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고 있는 이들 기업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 진의를 알기 위해 분주할 듯하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빅데이터 시대를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과 비교한다. 정부는 모든 시민을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감시하고, 특정 정보의 확산을 검열하고 차단한다. 조지 오웰의 상상과 현재 사이에 차이가 있다면, 정보기술의 놀라운 발전으로 정부에 의한 시민의 전면적인 감시가 더 쉽게, 더 값싸게 가능하다는 점이다.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현재가 <1984년>과 얼마나 닮아가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테러와 감시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을까다. 2001년 9·11 테러가 같은 해 10월26일 애국자법을 통과시키는 배경이 되었다. 애국자법과 그 이후 제정된 관련 법은 미국 시민뿐 아니라 전세계 시민에 대한 미국 정부의 감시를 가능케 하였고, 도청과 감시를 담당하는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출현으로 이어졌다. 2005년 7월7일 런던 지하철 폭탄 테러는 런던을 세계 제1의 시시티브이(CCTV·폐회로텔레비전) 도시로 발전시켰다.

독일 극작가 브레히트는 1930년을 전후하여 이른바 ‘라디오 이론’을 정립한다. 당대 새로운 미디어로 발전하는 라디오에서 브레히트는 모두가 모두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았고, 서로가 서로에게 배움을 얻는 사회가 라디오를 통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1933년 브레히트는 라디오를 장악한 나치 정권을 피해 머나먼 망명의 길에 올랐다.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디지털 기술혁신이 우리를 강력한 감시사회로 몰아갈 수 있다. 표현의 자유와 안보의 충돌을, 표현의 자유와 테러 예방의 역설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말이다.

강정수 ㈔오픈넷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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