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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대통령의 ‘날개’ / 김종구

등록 2015-02-02 20:52

영화로도 만들어져 유명한 이문열의 소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는 오스트리아 출신 여성시인 잉게보르크 바흐만의 시에서 책 제목을 따온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번역돼 나온 시의 제목은 이 구절을 그대로 가져다 붙였지만 시의 원제는 ‘놀이는 끝났다’다. “지금은 대추야자 씨가 싹트는 아름다운 시절/ 추락하는 것들마다 날개가 달렸네요(…)/ 우리는 자러 가야 해요, 사랑하는 이여, 놀이는 끝났어요…” 신화적 상상력과 이미지, 다양한 메타포를 통해 인간 실존의 고민을 노래한 이 시는 사실 그렇게 가볍게 읽을 시는 아닌 것 같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라는 구절을 놓고도 읽는 사람마다 다양한 해석을 내놓는다. ‘날개가 달린 것은 하늘을 날지만 날개가 구실을 못하면 추락할 수밖에 없다’는 해석부터 ‘날개가 있기에 날 수 있고 날개가 있어서 추락한다’ ‘날개가 있으므로 행복하고 동시에 불행한 것이다’ 등 해석이 각양각색이다. “언어의 부정과 긍정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벌어지는 지적 곡예가 바흐만 시의 주요 동선”이라는 한 평론가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다.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의 끝없는 추락을 놓고도 비슷한 말이 가능할 것이다. 그를 둘러싼 신기루 같은 이미지, 일부 지역·계층의 맹목적 지지, 보수언론들의 여론몰이 등이 박 대통령을 하늘 높이 날게 해주었던 날개였다면, 이제 그 날개는 구실을 다했다. 2일 끝난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 결과를 보면 ‘거수기 여당’이라는 날개 하나도 꺾일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바흐만의 시처럼 ‘상실과 희망’은 얼마든지 교차할 수 있는 것이다. 밀랍으로 만든 날개를 달고 태양을 향해 돌진했던 이카로스의 오만을 버리면 말이다. 만약 박 대통령이 소통과 겸허라는 새로운 날개에 눈길을 돌린다면 예전처럼 다시 하늘 높이 날지는 못해도 바닥에 떨어지는 비극만큼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박 대통령의 ‘놀이는 끝났다’는 점이다.

김종구 논설위원 kj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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