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2년을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연일 하락하고 있다. 1월 마지막주 갤럽 조사에서는 긍정 평가가 29%까지 하락했고, 한국리서치 1월23~24일 조사에서는 35.6%였다. 취임 이후 최저치일 뿐 아니라 1년 전과 비교하면 거의 반토막 수준이다. 취임 1년 지지율은 갤럽 조사에서 56%, 한국리서치 조사에서 61.4% 수준으로 두 조사 모두 박 대통령이 대선에서 얻은 득표율보다 높았고, 심지어 취임 직후 지지율보다도 높았다. 1년 전만 해도 그토록 견고해 보이던 지지율이 한순간에 무너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남은 임기 동안 지지율 반전은 가능할까?
박 대통령의 지지율을 떠받쳐왔던 양대 축이 민생과 안보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현 정부는 위기 때마다 민생을 앞세워 비판의 목소리에 재갈을 물리고 반대층을 잠재우곤 했다. 심지어 세월호 참사 이후 분노로 차올랐던 민심도 ‘민생 프레임’ 앞에서는 잠잠해질 정도로 강력했다. ‘민생 프레임’의 효력은 벼랑 끝에 몰린 서민들의 절박감에서 나온다. 높은 기대만큼 결과에 대해 정부가 져야 할 책임이 무겁다는 의미다. 임기 중반에는 절박한 기대에 부응하는 구체적 성과가 나와야만 지지율이 유지될 수 있다.
하지만 성과는 모호하고 국민들이 체감하는 민생 지표는 더 악화되고 있다. 한국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6개월 전과 비교해 가정 경제 상황을 묻는 질문에서 ‘좋아졌다’는 응답은 6.3%에 그쳤고 ‘나빠졌다’ 36.1%, ‘변화 없다’ 57.4%였다. 국가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은 훨씬 처참해 ‘나빠졌다’ 58.2%, ‘변화 없다’ 29.8%였다. <한겨레> 신년조사에서는 국민들의 60.5%가 우리 사회가 좋지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응답했다. 미래 전망도 낙관보다는 정체 또는 퇴보가 우세했다. 불안이 온 사회를 잠식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전문가들의 평가는 훨씬 혹독하다. <한겨레>가 각 분야를 대표하는 102명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85.3%가 현재 우리 사회가 좋지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세월호 참사를 비롯한 대형 재난이 끊이지 않았으며 공동체에서 국가는 사라져버렸다. 노동은 배제되고 홀대받아 하늘로 올라가지 않으면 존재가 사라질 지경에 처했다”고 신랄히 평가했다. 이처럼 국민들의 체감과 전문가들의 평가가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안보 분야를 통해서라도 지지율을 끌어올릴 여지는 없을까? 박 대통령의 지난 2년의 행보는 외부적 위협으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하는 안보의 과제를 종북 척결로 제한해버렸다. 종북 척결을 내세워 자신을 지지했던 51%의 ‘좋은 국민’을 보호하고 나머지 ‘나쁜 국민’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지지율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과도한 종북몰이조차 약효가 다하고 있는 듯하다. 지난해 12월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결정에 대해 동의하는 여론이 다수였지만 막상 대통령 지지에는 별 영향을 주지 못한 것이 이를 입증한다. 위기 때마다 재현되는 종북몰이는 역설적으로 박근혜 정부가 다수의 동의를 끌어내어 헤게모니를 유지할 능력이 바닥났음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의 원동력은 내부 혁신이었다. 정치적으로는 자신에게 비판적인 이들을 포용했고, 정책적으로는 경제민주화와 복지라는 진보의 어젠다를 과감히 끌어안았기에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지난 2년 높은 지지율로 인한 ‘자신감의 덫’에 빠져 ‘대통령만의 시간’으로 보냈다면 남은 3년은 ‘국민의 시간’으로 보내길 바란다.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 hgy4215@hani.co.kr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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