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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미토콘드리아와 배터리 / 오철우

등록 2015-02-09 18:35

최근 ‘세 부모 체외수정’(TPIVF)이라는 새로운 의료기술의 허용 법률안이 영국 하원에서 통과됐다. 세포핵 바깥의 유전물질인 미토콘드리아에 문제가 있어 자녀한테 유전질환을 물려줄 수밖에 없는 부모한테 희망을 줄 만한 기술이다. 문제 있는 미토콘드리아를 기증자의 건강한 미토콘드리아로 교체하고서, 그 난자와 아버지 정자를 인공수정 하는 기법이다. 한쪽에선 이 법률안이 인간 유전자 조작의 길을 열어줄 것이라는 생명윤리와 안전성의 우려를 제기한다.

논란 중에 쓰인 은유가 또한 논란거리다. 이 기술을 지지하는 쪽은 미토콘드리아가 세포의 생명활동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배터리’이니 미토콘드리아 교체는 노트북컴퓨터의 배터리 교체와 다를 바 없다고 비유한다. 하드디스크에 기록된 정보(세포핵 디엔에이)는 배터리 교체로 영향을 받지 않으며 안전하다는 설명이다. 배터리 비유는 2010년 이 기술을 제안한 연구진이 쓰면서 쉬운 설명으로 널리 받아들여진 것으로 보인다. 영국 신문 <인디펜던트>의 보도를 보면, 의회에서 법률안을 설명하는 당국자의 말에도 배터리 비유는 등장한다.

이 기술을 우려하는 쪽은 배터리 비유에 반발한다. 세포핵 디엔에이와 더불어 생명현상에 관여하는 미토콘드리아의 복잡한 기능과 역할을 생략하고 단순화해 판단을 흐리게 한다는 것이다. 영국 랭커스터대학 언어연구자들이 행한 연구에선, 언론매체에 쓰인 단어를 분석했더니 이 기술을 지지하는 문맥에선 배터리, 결함, 교체 같은 말이 자주 쓰이고, 반대하는 문맥에선 아기, 창조, 세 부모 같은 말이 자주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연구진은 정작 미토콘드리아의 생물학적 존재에 관한 공통 언어는 찾아보기 힘들어 논쟁은 단순하고 양극적인 쪽으로 흘렀다고 지적한다. 과학 논쟁에선 설명을 위한 비유가 등장할 수밖에 없지만 지나치게 단순화한 비유는 조심해서 써야 한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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