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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겨레 프리즘] 사드와 엠디 / 박병수

등록 2015-02-15 18:46수정 2015-02-15 18:46

박병수 정치부 선임기자
박병수 정치부 선임기자
미국 미사일방어(엠디)의 핵심체계인 사드(THAAD·종말단계 고고도미사일방어)가 다시 논란이다. 한-미 간 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를 협의했네 안 했네 하며, 잊힐 만하면 다시 불거지는 ‘진실공방’이 또 벌어진 것이다.

이번에는 미 국방부의 공식 ‘입’이 나섰다. 존 커비 대변인이 10일 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를 “한국과 논의하고 있다”고 말해 그동안 협의 사실을 부인해온 한국의 주장을 뒤집었다. 한국 국방부는 즉각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하며, 마침 방한한 데이비드 헬비 미 국방부 동아시아 부차관보와 국방부 출입기자단의 전화통화까지 주선했다. 헬비 부차관보가 이 통화에서 “사드의 배치와 관련해 어떤 결정도 내려지지 않았고 한-미 간 협의도 없었다”고 확인하면서 불씨는 일단 사그라든 분위기다.

그러나 뒤끝이 개운치는 않다. 커비 대변인의 발언은 내용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시점이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 절묘하다. 커비 대변인의 발언 일주일 전쯤 한-중 국방장관 회담이 있었다. 당시 창완취안 중국 국방부장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우려를 표명했고, 이에 대해 한민구 장관은 “사드 배치와 관련해 미국의 결정도, 미국의 요청도, 한-미 간 협의도 없다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커비 대변인의 발언이 이를 겨냥한 것은 아닐까.

미국 쪽에서 사드 배치 문제를 흘리고 한국이 부인하는 모양새도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9월에는 로버트 워크 미 국방부 부장관이 미국외교협회(CFR) 주최 간담회에서 사드 배치를 “한국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자 한국에서는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이 곧바로 나서 “미국과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협의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쯤 되면 누구 말을 믿어야 할까.

미사일 방어를 둘러싼 한-미의 갈등과 논란은 오래된 일이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한국이 속절없이 미국의 미사일방어에 한발 한발 끌려들어간 과정이다. 미국은 2001년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미사일방어 구축을 야심차게 본격 추진했고, 한국의 참여를 집요하게 요구해왔다. 그러나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중국과 북한 등을 자극할 수 있다”며 거절했다.

이명박 정부는 독자적인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계획을 내놓았다. 미국의 미사일방어 참여 요구에 대한 나름의 대응처럼 보였다. 그러나 미국이 한-미 미사일방어 간 ‘상호운용성’을 들고나오고 한국이 이를 받아들이자, 한국형 미사일방어에 어떤 독자성이 있는지 의심스러워졌다. 한·미가 각자 미사일방어를 구축하되 서로 연동해 운용하기로 하면, 한국이 미국의 미사일방어에 편입된 것과 무엇이 얼마나 다를까. 미국의 미사일방어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정부의 입장은 여전히 실효성이 있는 것일까.

지난해 5월말 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한 김관진 당시 국방부 장관(현 국가안보실장)은 기자들이 ‘미국에서 한·미·일 3국 엠디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헤이글 장관과 한-미 간 미사일방어의 상호운용성을 확보하자고 공감했지만 일본과는 이런 논의를 할 단계가 아니다. 일본은 우리와 관계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김 장관의 말은 6개월 만에 식언이 됐다. 국방부는 지난해 말 ‘한·미·일 정보공유 약정’ 체결을 발표하면서 ‘한국과 일본의 미사일방어망이 미국 미사일방어망을 통해 정보를 주고받게 된다’는 사실을 공식화했다.

사드는 어떻게 될까. 사드의 한반도 배치와 관련해 지난해 미국이 이미 두 차례나 부지 조사를 했다는 보도도 나온 바 있다. 그런데도 한·미 간에 아무 협의조차 없었다니, 그럴 수 있을까?

박병수 정치부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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