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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긴수염고래 / 이재성

등록 2015-02-15 18:47

고래는 유전적으로 하마와 가깝다. 바다코끼리나 바다표범보다는 사슴이나 낙타, 돼지 등 우제류와 더 가깝다. 어류는 척추동물 발달 초기에 물에서 뭍으로 나왔고, 고래는 되돌아갔다. 고래의 조상이 바다로 되돌아간 것은 약 6500만년 전으로 추정한다. 공룡 멸종의 원인으로 알려진 지구와 혜성(또는 소행성)의 충돌 시점과 거의 일치한다.

충돌로 인한 기후변화로 공룡들이 굶어 죽어갈 때 육식동물이었던 고래의 조상은 먹이를 찾아 바다로 돌아간 것 아닐까. 고생물학자인 필립 깅거리치 미국 미시간대 교수는 이를 ‘역진화’라고 부른다. 역진화의 결과 고래는 지구에서 가장 몸집이 크고 머리가 좋은 바다의 주인이 되었다.

칼 세이건은 <코스모스>에서 고래의 노래에 대해 설명한다. 고래의 노래는 보통 15분 정도 이어지는데, 1시간이 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고래의 음역대는 아주 넓어서 인간이 감지할 수 없는 낮은 주파수대를 사용하기도 한다.

큰고래라고도 하는 긴수염고래는 흰긴수염고래(대왕고래) 다음으로 덩치가 큰 고래인데, 20헤르츠의 소리를 아주 크게 낸다. 20헤르츠는 피아노가 내는 가장 낮은 옥타브에 해당한다. 바다에서 이렇게 낮은 소리는 거의 흡수되지 않고 물을 뚫고 나아간다. 미국 생물학자 로저 페인은 20헤르츠의 소리라면 두 마리의 고래가 지구상에서 가장 먼 두 지점에 떨어져 있더라도 상대방의 소리를 알아들을 수 있다고 계산했다. 긴수염고래의 최대 교신 거리는 200년 전까지 약 1만킬로미터였으나 지금은 수백킬로미터로 줄었다. 인간이 만들어내는 소음 때문이다. 지구적 규모의 통신망을 구축하고 살아왔던 고래는 이제 원거리 통신수단을 잃어버렸다.

며칠 전 남해 바다 양식장 그물에 걸린 긴수염고래가 스스로 탈출했다. 7~8살밖에 안 되는 어린 고래였다고 한다. 무리와 통신이 끊겨 길을 잃었던 것일까. 고래 역사의 99.99%에 해당하는 기간 그랬던 것처럼, 다시는 인간과 만날 일이 없기를 바란다.

이재성 문화부 책지성팀장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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