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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싱크탱크 시각] 꼼수증세와 카멜레온 복지의 조합 / 이창곤

등록 2015-02-15 20:15

이창곤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장 겸 편집국 인사협력 부국장
이창곤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장 겸 편집국 인사협력 부국장
연말정산이란 찻잔 속 태풍이었나? 또는 언론과 정치권이 합작해 조성한 인공바람일 뿐이었나? 아니면 무엇이었을까? 올 초부터 거세게 불어닥친 바람은 거칠었지만 생채기만 남기지 않았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더 나은 복지체제’로 가기 위해선 반드시 해결 혹은 극복해야 할 요소가 무엇인지를 뚜렷이 확인케 했다. 바람은 잠잠해졌지만 결코 사라진 게 아니다. 소리 없는 아우성을 갈무리한 채 포복하고 있다. 그것은 조만간 억수를 동반한 광풍으로 돌변해 더욱 거세게 요동칠 것이다. 이 나라 복지국가의 항로는 다가올 이 광풍에 얼마나 지혜롭게 대처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지금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아직 그 답은 보이지 않는다.

보수와 진보언론, 여야 정치권, 그리고 노동자 등이 두루 참여한 연말정산 파동과 그것이 불러온 이른바 ‘증세 없는 복지 논쟁’을 지켜보면서 든 상념이다. 다소 감상적인 까닭은 친복지국가 세력의 무기력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번 논쟁은 다음의 질문으로 압축할 수 있을 것이다. “증세와 복지의 고차함수, 어떻게 풀 것인가?”

그 해법을 두고 어지러운 주장이 난무했는데, 거칠게 나누면 보수 쪽은 재원 부족에 따른 복지 축소와 선별적 복지를, 진보 쪽은 부자감세 철회 및 법인세 인상과 보편적 복지 유지를 제각기 답으로 제시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엔 두 진영의 공통적인 전제가 있었는데, 그것은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가 더는 현실성이 없는 방책이란 진단이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의 지난 2년간 복지 및 세금정책을 좀 더 정밀히 들여다보면 그런 진단에 그쳐선 실체를 온전히 파악한 것이라 볼 수 없다. 복지와 세금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정책조합은 증세 없는 복지도, 복지 없는 증세도 아니었다. 주장과 태도가 어떠했든 간에 그것은 ‘소극적 증세와 소극적 복지의 조합’이었다. 비록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구조적 복지개혁을 외면하고 주요 복지공약을 파기했어도,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이어져 온 복지 확대의 기조는 계속됐다. 기초연금 급여는 차등적이지만 늘었고, 영유아 보육지원은 그릇된 방향이지만 확대됐으며, 선택진료와 상급병실료, 4대 중증질환에서 환자 부담을 줄이는 등 건강보험 보장성도 한정적이지만 강화됐다.

복지재원과 관련한 세금(부담)의 측면에서는, 증세를 하지 않고 지출구조조정, 지하경제 양성화, 그리고 비과세·감면 축소 등을 통해 복지재원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실상은 담배값 인상 등 세칭 ‘꼼수증세’를 꾀했고, 그 부담은 결과적으로 중산층과 서민층에 집중됐다. 결론적으로 은근슬쩍 증세를 꾀한 꼼수증세와 상황에 따라 제멋대로 변형시키는 ‘카멜레온 복지’의 조합이 복지와 세금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현주소라고 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는 또한 이런 조합으로는 그토록 주창했던 ‘한국형 복지국가’와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의 문턱에도 다다르기 어렵고, 더더구나 현재의 복지수준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도 어려움을 스스로 증명해 보였다.

여기서 우리가 던져야 할 물음은 박근혜 정부는 왜 그런 정책조합을 선택했는가, 혹은 선택하지 않을 수 없었을까, 향후 박근혜 정부의 노선 변경은 과연 가능한가, 하는 점이다. 간단히 답할 수 있는 것일지 모르겠지만, 분명히 복지정치와 조세정치 등 다각적인 측면에서 실증적으로 접근해 분석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우리 사회의 복지와 세금의 함수를 풀 열쇠는 어쩌면 이 물음에 대한 답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이창곤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장 겸 편집국 인사협력 부국장 g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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