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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야! 한국사회] 오바마 캠프의 엔지니어 / 김우재

등록 2015-02-16 18:37수정 2015-02-17 10:28

최근 백악관은 예산 관련 공공데이터를 백악관 누리집에 공개하던 관행을 깨고, 깃허브를 통해 2016년 자료를 공개했다. 한국 정부는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처럼 외우기도 어려운 정부 누리집을 통해 무려 엑셀파일로 예산 내역을 공개하고 있다. 이 두 시스템의 차이는 뭘 의미할까? 그 답에 한국 정치시스템이 나아갈 길이 있다.

2002년 대선에선 동영상 유시시(UCC)가 선거의 판도를 변화시켰고, 2007년부터 트위터, 페이스북 등의 소셜미디어는 선거 지형에 중요한 변수가 되었다. 국정원과 군이 동원되어 선거기간 중 트위터에 댓글을 달았다는 것 자체가 소셜미디어의 영향력을 방증하는 행위다. 2012년 오바마 재선 뒤에 빅데이터와 마이크로타기팅이라는 정보기술이 있다는 건 웬만한 정치평론가라면 다 아는 사실이다.

빅데이터는 거창한 기술이 아니라, 이미 우리의 일상이다. 페이스북 사용자는 자신이 제공한 데이터들을 기반으로, 페이스북의 광고시장에 노출되어 있다. 아마존은 고객이 구입한 물건들을 바탕으로 다른 제품의 구입을 제안한다. 구글은 미국질병예방센터조차 하지 못했던 독감예측시스템을 구축하고 공개까지 해놨다. 2012년 오바마의 재선은 이미 존재하던 정보기술이 선거라는 게임으로 진입했던 것 이상의 의미가 없다.

첨단기술의 발전은 우리의 일상을 변화시킨다. 우리가 빅데이터를 이해하지 못하고, 이해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도, 그 기술은 이미 우리의 일상을 바꾸고 있다는 뜻이다. 기술과 함께 한국인의 일상을 강력하게 지배하는 제도는 정치다. 정치의 꽃은 선거다. 2012년 오바마의 재선은 선거가 이미 과학적 게임이 되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물론 정치란 선거 이상의 무엇이라고 강변할 수 있다. 하지만 선거에서 이겨야 선거 이상의 무엇을 할 수 있다.

2012년 오바마 대선 캠프에서 수석분석관을 맡았던 인물은 당시 29세의 다니엘 와그너라는 데이터 과학자였다. 그는 54명의 애널리스트와 엔지니어를 이끌고 방대한 유권자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이용해 마이크로타기팅을 통한 효율적 선거전략을 세웠다. 오바마 캠프의 테크놀로지 고문은 구글의 전 회장인 에릭 슈밋이었고, 그는 선거가 끝난 뒤 와그너와 그의 팀에 자금을 지원해 시비스(CIVIS)라는 데이터 분석회사를 만들어주었다. 아마 앞으로 공화당이 미국 선거에서 승리하기는 힘들 것 같다. 실리콘밸리의 엔지니어들은 이렇게 미국의 정치지형을 변화시켜 놓았다.

페이스북 좋아요 패턴만으로 유권자의 정치적 성향을 판단할 수 있는 세상에서 한국 진보진영의 싱크탱크는 뭘 하고 있을까. 가장 규모가 큰 싱크탱크라는 민주정책연구원의 무능함은 잘 알려져 있다. 이들은 1000억원의 기금을 운영해야 얻을 수 있는 45억원의 국민 혈세를 매년 지원받으며 실제 정책의 발전이나 정치제도 발전, 나아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전략조차 내놓지 못한다. 민주정책연구원의 주된 기능은 낙마한 정치인의 도피처라는 비웃음이 돌아다닌다. 이들에겐 선거에서 이길 의지가 없다.

김우재 초파리 유전학자
김우재 초파리 유전학자
한국의 정치 현실을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이렇게 묻고 싶다. 문재인 대표는 29살의 무명 엔지니어에게 선거총괄분석과 예측이라는 전권을 위임할 수 있는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동시에 그 대답 속에서 한국의 야당이 미국 공화당의 미래로 겹쳐 보이는 것이 우연만은 아닐 것이다. 중앙선관위가 짜맞춘 듯 내놓은 ‘한국형 선거 빅데이터 구축방안’이라는 보고서를 읽는다. 암담하다. 거기에 엔지니어가 없다. 깃허브와 엑셀 파일의 차이를 아는 이들은 엔지니어들뿐이다.

김우재 초파리 유전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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