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通一)부’와 ‘장관’.
곧 진행될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때 여야를 막론하고 꼭 짚어봐야 할 열쇳말이다.
지난 17일 청와대가 차기 통일부 장관 후보로 지명한 홍용표 청와대 통일비서관에 대해서는 우려와 기대가 동시에 존재한다. 우려는 그가 ‘만 50살의 나이에 1급에서 바로 장관으로 승진하는 학자 출신 청와대 비서관’이라는 말로 요약된다. 이런 이력은 그가 현재의 경색된 남북관계에 대한 책임에서 비껴갈 수 없다는 비판과, 향후 통일부를 제대로 장악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심을 동시에 낳는다. 하지만 그가 줄곧 박근혜 대통령의 가까운 거리에서 남북문제를 다뤄왔다는 점은 기대감도 갖게 한다. 그가 대통령으로부터 신뢰를 얻고 있다면 남북관계를 변화시킬 잠재력도 지녔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홍 후보자는 그 우려와 기대 중 어느 쪽에 서 있는 것일까? 남북의 소통과 교류를 상징하는 ‘통일’(通一)과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장관’이라는 키워드가 그 궁금증을 풀어줄 것이다.
청문회에서는 무엇보다 홍 후보자가 ‘통일(統一)부’를 ‘통일(通一)부’로 이끌겠다는 각오가 돼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남북이 하나가 되는’ 통일(統一)은 ‘남북이 소통하고 교류하여 서로 통하는’ 통일(通一)이 전제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그런데 현재의 통일부는 이런 전제조건에 눈을 감고 있다. 그러니 하는 소리마다 허황되게 들린다.
지난 1월19일 통일부의 2015년 업무보고가 대표적이다. 이 업무보고에서 통일부는 올해 서울~신의주·나진 철도 시범 운영, ‘광복 70주년 남북공동기념위원회’ 구성, ‘남북겨레문화원’ 서울·평양 동시 개설 등을 북쪽에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그 업무보고를 본 많은 남북관계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그냥 웃어버렸다고 한다.
왜냐하면 지난 2년 동안 통일부가 5·24 조치 등 남북의 통일(通一)을 막고 있는 걸림돌을 제거해보려는 어떤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서울~나진을 어떻게 철도로 달리며, 평양에는 가보지도 못하는데 무슨 재주로 그곳에 문화원을 개설한다는 것일까.
새 통일부 장관은 이런 통일부를 변화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부터 5·24 조치 등 남북교류를 막고 있는 걸림돌을 제거하겠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 그렇게 통일(通一)을 출발점으로 삼아야 박근혜 정부의 통일(統一) 구상들도 신뢰를 되찾는다.
그가 ‘장관’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도 국회 인사청문회 때 꼼꼼하게 점검해야 한다. 홍 후보자는 청와대 재임 시절 박 대통령의 의중을 누구보다 잘 파악했다고 한다. 하지만 통일부 장관은 ‘통일부에 파견된 청와대 통일비서관’의 자세로 성공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대통령 말만 듣는 ‘비서관의 귀’가 아니라,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 ‘장관의 입’이 있어야 하는 자리다.
홍 후보자도 입안 과정에 참여했다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겨우 2년 만에 그 생명을 다한 듯하다. 무엇보다 북에서 이를 ‘대결프로세스’로 인식하면서 남북관계를 풀어갈 동력을 잃었다. 새 장관의 새 통일부는 현 정부가 남은 임기 동안 실천할 수 있는 실현가능한 새 정책을 입안해야 한다. 이는 오직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 장관이 있을 때에만 가능한 일이다.
새 장관 후보자가 ‘통일(通一)’과 ‘장관’에 대한 각오 없이 오직 ‘예스맨’의 자세만을 가지고 있다면 지금 그만두는 것이 낫다. 그런 자세라면 1~2년 뒤 그가 퇴임할 때 ‘민족의 화해와 발전 가능성을 돌이킬 수 없이 훼손한 장관’이라는 비판만을 얻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비판은 결국 박 대통령을 향하게 된다.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tree21@hani.co.kr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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