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미사일방어 핵심 요격수단인 사드(종말단계 고고도 지역방어·THAAD)가 다시 논란이다. 그런데 이번 논란은 좀 특이하다.
정치권이 나서서 논의를 주도하는 것도 그렇고, 처음부터 특정 무기를 꼭 집어 “도입하라”고 다그치는 것도 이례적이다. 사드는 미국 군수업체 록히드마틴이 개발한 ‘미사일 잡는 미사일’이다. 현재 미군이 텍사스에 2개 포대, 괌에 1개 포대를 배치해 운용하고 있고, 아랍에미리트가 2개 포대를 구입해 배치하고 있다. 어떤 무기를 실전에 배치할지는 통상 군당국의 의견이 존중된다. 정치권은 대체로 안보상 우려가 제기될 때 대책을 묻고 따지고 비판하고 조언하는 구실을 해왔다. 이번처럼 정치권이 사드라는 특정 무기를 지목해 들여와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난리’를 치는 일은 전에 없던 모습이다.
논란의 초점도 이중적이다. 주한미군이 사드를 들여와야 한다는 주장과 우리가 사드를 사서 배치해야 한다는 얘기가 착종돼 있다. 애초 논란은 지난해 6월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이 미국 군당국에 “개인적으로 사드의 한반도 전개를 요청한 바 있다”고 밝히면서 본격화했다. 이 연장선에서 보면 주한미군의 사드 도입을 얘기하는 것처럼 들린다. 그런데 미국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는 게 공식 입장이니, 너무 앞서가는 모양새다. 주한미군의 사드 전개를 반대하는 국내외 세력을 겨냥한 선제적 멍석깔기일 수 있겠지만, 그래도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이 아닐까. 자칫 떡 줄 사람은 생각지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낭패를 볼 수 있다.
‘우리가 사드를 사서 배치하자’는 주장이라면 그것도 섣불러 보이긴 마찬가지다. 사드 도입의 핵심 논리는 다층적 미사일방어망 구축이다. 북한 미사일이 날아오면 먼저 고도 150㎞까지 날아가는 사드로 상층에서 1차 요격을 하고 이게 실패하면 패트리엇(PAC) 미사일로 고도 15㎞ 이하 하층에서 2차 요격하는 2중 방어로 요격성공률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층방어 전략은 군당국이 구상하는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에도 적용되고 있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6개 포대의 ‘패트리엇-2’ 미사일을 개량하고 ‘패트리엇-3’을 도입해 하층 방어를 맡기고, 상층 방어는 ‘장거리 지대공미사일’(엘-샘·L-SAM)을 자체 개발해 고도 50~60㎞에서 요격한다는 구상이다.
그럼에도 사드 도입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에는 국내 기술진의 장거리 지대공미사일 개발 능력에 대한 회의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요 구성품과 무기 체계의 핵심기술 연구를 통해 개발 가능성을 검증하는 단계인 탐색개발이 오는 10월부터 3년 동안 진행될 예정이라니, 그 결과는 그래도 보고 나서 이야기하는 게 순서가 아닐까. 그게 아니라면 결과는 보나 마나 뻔하니 당장 엘샘은 접고 그냥 사드를 도입하자는 것인가. 아니면 사드도 구입하고 엘-샘 사업도 그대로 하자는 것인가. 사드는 1포대 배치에 2조원이 들고 남한 전역을 방어하려면 최소 2~4포대가 필요하다고 하니, 4조~8조원이 든다. 엘-샘도 조 단위의 비용이 드는 사업이다. 둘 다 한다면 중복투자 소리 듣기 십상이다.
애초 정부가 사드를 도입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미국 미사일방어(MD) 편입 논란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국의 반발이 부담스러웠던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엘-샘을 내세워 “우리는 한국형 미사일방어를 독자적으로 구축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사드를 들여오면 우리 미사일방어망의 상·하층 방어를 모두 미국의 요격체계로 구축한다는 얘기니 더는 한국형 미사일방어가 설득력을 갖기 어렵게 된다. 논리가 궁색해질 정부의 처지가 딱해 보인다. 아닌가? 그게 아니라 혹 스스로 해놓은 말에 발이 묶인 정부 대신 집권 여당이 나서 여론몰이로 사드 도입의 걸림돌을 치워주는 것인가.
박병수 정치부 선임기자 suh@hani.co.kr
박병수 정치부 선임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