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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싱크탱크 시각] ‘외눈박이 세상’과 민화협 / 김보근

등록 2015-03-15 18:55

마크 리퍼트 주한 미 대사 피습 사건 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대표상임의장 홍사덕)에 가해지는 우리 사회 일각의 언어폭력이 지나치다. 정치권에서 “민화협이 진보 성향이 강한지 보수 성향이 강한지” 하는 논쟁이 이어지는 사이, 일부 극우 성향 단체들이 성명과 집회에서 “민화협 해체”까지 주장하고 나섰다.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는 지난 9일 서울 광화문 앞에서 집회를 열어 “민화협은 친북 활동으로 국민들에게 신뢰받지 못한 것도 사실인 만큼 즉각 해산하라”고 촉구했다. 또 공교육살리기시민연합·유관순어머니회 등 보수단체들도 지난 5일 “홍사덕 상임대표 외 모든 대표와 집행부 사퇴” 및 “민화협 즉시 해체”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현재 민화협 상임대표 및 조직은 좌우 균형 된 모습처럼 보이나, 이건 위장에 불과하다”고 규정했다. 민화협에 참가한 보수단체들도 “얼치기 우파”라고 못박았다. 실로 ‘외눈박이’ 행태들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외눈박이 시선으로 보자면, 민화협에는 곱지 않게 볼 요소가 없지 않을 것이다. 현재 180여개 회원단체는 진보에서 보수까지 모두 망라돼 있다. 보수와 진보가 함께 있으니 민화협은 당연히 때론 진보적으로, 때론 보수적으로 보이게 된다. 진보와 보수가 함께 일을 한다고 해서 모든 활동들이 진보와 보수의 딱 중간 지점에 자리잡게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때는 보수 의견 55 대 진보 의견 45로 사업이 진행될 것이고, 또 어떤 때는 그 반대일 것이다. 이 경우 ‘극좌 외눈박이’들은 민화협 활동 중에서 보수의 목소리가 짙은 활동만을 보고, ‘극우 외눈박이’들은 진보적 시각이 좀더 강한 사업만을 보고 비판한다. 그리고 “민화협은 해체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다.

이런 외눈박이 시각들이 커질수록 우리 사회의 미래는 암울해진다. 우리 사회에서 보수와 진보가 대화하지 않는다면, 비단 남북관계뿐 아니라 남한 사회 자체도 발전의 동력을 잃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리퍼트 대사 피습 사건 이후 거의 대부분의 언론들이 민화협의 활동을 남북협력사업에 초점을 맞춰 소개했다. 일부에서는 민화협의 성격을 ‘대북지원’으로 국한해 제시하기도 했다. 지난 1998년 9월 창립 이후 민화협이 크게 힘을 쏟아온 분야 중 하나가 ‘국민합의’라는 사실은 제대로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다.

실제로 그동안의 사업들을 통해 보면 민화협은 ‘남남대화를 통한 국민합의’를 ‘남북협력’만큼이나 중요한 활동 영역으로 설정해왔다. 논리적으로 보자면 국민합의는 오히려 남북협력의 전제가 될 정도로 중요한 개념이다. 민화협은 이를 위해 “지역·계층·분야별로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다양한 남남대화의 장”을 마련해왔다.

이런 민화협의 활동을 통해 우리 사회의 보수와 진보는 서로에게서 배울 점이 있음을 발견해왔다. 진보는 보수의 목소리에도 나름의 합리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배웠고, 보수 역시 진보가 우리 민족의 장래 발전과 번영을 함께 논의할 수 있는 파트너라는 사실을 깨달아온 것이다.

따라서 ‘두 눈’으로 미래를 바라보는 합리적 시각이 튼튼한 사회라면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오히려 민화협에 더욱 힘을 실어줘야 할 것이다. 한 개인의 돌출적 폭력 행위 탓에 그동안 우리 사회를 ‘외눈박이 사회’에서 벗어나게 하려던 민화협의 노력 전체가 폄하돼서는 안 될 것이다. 오히려 민화협의 국민합의 노력이 강화될 때, 이번 리퍼트 피습 사건과 같은 과격한 행동의 재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민화협에 대한 외눈박이 시선들에 대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대처하는지가 우리의 성숙도를 가늠하는 또 하나의 지표가 될 것 같다.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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