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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무상급식은 자유, 평등, 박애의 교육이다 / 김상곤

등록 2015-03-19 18:22수정 2015-04-09 00:06

경상남도가 기어이 아이들 무상급식을 중단할 모양이다. 도지사가 “학교는 공부하러 가는 곳이지 밥 먹는 곳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무상급식을 처음 시작할 때 무수한 말들을 들었다. 그럴 때마다 헌법의 가치를 생각해 보았다. 헌법의 가치는 자유, 평등, 박애다. 그리고 헌법에는 복지, 경제, 교육이 규정되어 있다.

무상급식은 복지다. 그것도 선별 복지가 아니라 보편 복지다. 많은 사람들은 부자 아이에게 무상급식을 주면 부자들이 더 유리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나 아니다. 무상급식은 공짜가 아니다. 무상급식은 세금급식이다. 부자 아이에게도 주려면 중산층 아이에게도 주어야 한다. 그러면 부자들은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 가난한 아이에게만 주고 중산층 아이에게 주지 않는다면 부자들은 세금을 더 적게 낼 것이다. 선별 무상급식을 하자는 것은 부자 감세 주장과 다르지 않다.

‘복지예산이 한정되어 있다면 빈자에게 몰아주는 것이 빈자에게 더 유리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복지예산은 고정되어 있지 않다. 문제는 엉뚱한 곳에 돈을 쓰고 복지예산을 줄이는 데 있다. 4대강 사업 같은 쓸데없는 사업을 안 하면 복지예산을 늘릴 수 있다.

복지 정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빈자에게 몰아줄수록 빈자가 누리는 복지는 줄어든다. 빈자만을 위한 선별복지 확대에는 중산층이 반대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친환경 급식으로 질을 높이자는 제안을 했다고 하자. 선별 무상급식 상태에서는 중산층 학부모들이 찬성하기 힘들다. 그러나 보편 무상급식 상태에서는 중산층 학부모들이 찬성한다. 실제로 보편 무상급식을 하는 지역에서는 친환경 급식이 늘어나고 있다.

이와 같이 중산층과 부자의 세금으로 가난한 사람에게 몰아주는 로빈 후드 정책은 가난한 사람에게 불리하다. 오히려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는 마태 정책이 가난한 사람에게 유리하다. 그리고 더 큰 의미에서 무상급식은 헌법적 가치의 실천이다.

무상급식은 경제다. 학교급식에 지역농산물을 사용하면 우리 농업을 살릴 수 있다. 10조원이 넘는 농업 예산, 쓸데없는 사업에 쓰지 말자. 학교 무상급식을 하고, 지역농산물 급식, 친환경 농산물 급식에 쓰자. 아이들도 건강해지고 농부들도 살아나고, 경제도 살아난다.

무상급식은 자유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궁핍으로부터의 자유를 말했다. 무상급식은 적어도 학교라는 공간에서는 굶주림으로부터의 자유를 보장해준다. 눈치를 보면서 가난을 증명해야 밥을 먹을 수 있는 아이는 자유로울 수 없다.

무상급식은 평등이다. 학교는 기회균등을 실현하는 곳이다. 가난의 대물림을 차단하는 곳이다. 부모가 부자이건 가난하건 상관없이 노력하면 잘살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곳이다.

무상급식은 또한 박애다. 급식비를 못 내서 굶고 있는 친구를 본 아이들은 배가 부를지는 모르지만 행복할 수는 없다.

마지막으로 무상급식은 교육이다. 건강한 먹거리 교육이다. 무상급식은 자유, 평등, 박애의 교육이다. 사랑을 가르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랑을 듬뿍 주는 것이다. 밥그릇에 담기는 것은 쌀이 아니라 사랑이다.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
어떤 아이가 있었다. 어제 엄마가 돈이 없어 쩔쩔매는 것을 보았다. 아침에 급식비 달라는 말이 안 떨어졌다. 점심시간이 되었다. 친구한테 말한다.

“오늘 배가 아파서 점심 못 먹겠네.”

이런 아이가 다시 생길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진다.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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