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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길바닥 ‘음란물 전단’은 경찰서 앞에도 나뒹구는데…

등록 2015-03-22 18:49수정 2015-03-23 10:06

27일 서울 명동에 뿌려진 박근혜 대통령 비판 전단지.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27일 서울 명동에 뿌려진 박근혜 대통령 비판 전단지.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유레카]
박 대통령 비판 전단만 눈에 불을 켜고 단속하는 경찰
영국, 전단 배포 깐깐히 규제하되 정치적 목적은 예외
표현의 자유를 주창한 최초의 근대 저작인 밀턴의 <아레오파지티카>(1644)는 종교당국의 사전검열을 반대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지만, 스피노자의 <신학정치론>(1670)을 시작으로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부각된다. 스피노자는 “자유국가에서는 누구나 원하는 대로 생각할 수 있고, 생각하는 대로 말할 수 있다”고 했다. 정치권력에 대한 비판의 자유를 더욱 분명히 옹호한 것은 영국 명예혁명 이후 1720년대에 널리 읽힌 ‘카토’라는 필명의 저작들이었다. “통치자는 칭송을 들어야 하지만 그럴 자격이 있을 때에 한해서다. 잘못을 행하고도 그에 대한 비난을 듣지 않을 특권은 독재자만이 누리는 행복이다.” 이런 통찰로부터 300년이 흘렀다. 다양한 표현의 영역 중에서도 정치적 표현이 가장 폭넓게 보장돼야 한다는 건 이제 세계적 상식이다. 서구 민주국가에서 정치인에 대한 명예훼손이 쉽게 인정되지 않는 것도 그래서다.

그 반대편에는 덜 중요한, 그래서 표현의 자유를 좁게 보장해도 되는 영역이 있다. 상업적 표현(광고)과 음란물이 대표적이다. 가치 있는 표현이라기보다는 이익 추구 또는 성적 충족의 도구에 가깝기 때문이다. “상업적 표현은 표현의 자유라는 가치체계에서 부차적인 위치에 머문다.” “우리 가운데 누가 (정치적 자유가 아니라) 음란물을 볼 권리를 지키기 위해 자식을 전쟁터로 내보내겠는가.”(미국 연방대법원)

박성수씨가 15일 오전 전북 군산경찰서 앞에서 경찰의 ‘박근혜 대통령 비판 전단’ 수사에 항의하며 전북 군산경찰서 앞에서 개사료를 뿌리고 있다. 박성수씨 제공
박성수씨가 15일 오전 전북 군산경찰서 앞에서 경찰의 ‘박근혜 대통령 비판 전단’ 수사에 항의하며 전북 군산경찰서 앞에서 개사료를 뿌리고 있다. 박성수씨 제공
경찰이 눈에 불을 켜고 박근혜 대통령 비판 전단을 단속하는 요즘, 포르노에 가까운 사진이 실린 광고 전단은 도심 곳곳에 버젓이 뿌려지고 있다. 경찰관서 바로 옆에서도 목격했다. 경범죄처벌법의 ‘광고물 등 무단배포’ 혐의가 정작 음란 광고 전단은 비켜가고, 자유로워야 할 정치적 표현을 억누르는 데만 악용되는 꼴이다. 영국에서는 전단 배포를 사전허가제로 깐깐히 규제하지만 정치적 목적인 경우는 예외라고 한다. 우리 현실은 본말이 뒤집혔다. 단속된 전단에 나오는 문구처럼 “나라 꼴 자~알 돌아간다.”

박용현 논설위원 pi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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