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이 봄기운처럼 퍼지고 있다. 2012년 12월부터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 지 2년 만에 6000여개의 협동조합이 만들어졌다. 기본법 시행 이전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에 따라 활동하고 있는 소비자생활협동조합(생협)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아이쿱, 한살림 등 4대 생협은 매출 1조원 시대를 열 것으로 보인다.
‘생협 전성시대’에 유독 어려움을 겪는 생협이 있다. 바로 대학생협이다. 태동 25돌을 맞은 대학생협 가운데 운영난을 겪는 곳이 적잖다. 지난달 26일엔 세종대 생협이 15년간의 활동을 접고 문을 닫는 등 사업을 중단한 곳마저 생겨났다.
대학생협은 대학 구성원의 복지를 위해 학생과 교직원들이 함께하는 자발적인 비영리조직이다. 1990년 조선대에서 처음 만들어진 뒤 현재 33곳이 활동하고 있다. 대개 식당과 매점을 운영하고 학생 생활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 대학에 상업시설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면서 생협사업의 매출이 줄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일부 대학에서 생협이 이용하는 시설에 임대료를 부과하는 바람에 생협의 재정 부담도 커졌다. 특히 국공립대 생협은 정부가 그간 무상사용을 인정했던 시설에 지난해부터 사용료 부과 방침을 밝혀 난감해하고 있다.
대학생협의 가장 큰 어려움은 학생 조합원 참여율이 계속 떨어진다는 점이다. 한국대학생협연합회에 따르면 학생 조합원 가입률은 2004년 33.8%에서 2013년 16.6%로 절반 넘게 줄었다. 취업난으로만 돌리기에는 너무 낮은 수치다. 대학생협이 고전하는 원인을 두고 홍보 부족, 조합원에 대한 실질적 혜택 및 프로그램 부족 등 다양한 원인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요인으로 협동의 경제에 대한 대학생들의 인식이 매우 낮다는 점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우리의 초중고 경제교육 현실을 들춰 보면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 어려운 이론과 개념투성이의 교과서로 중고등학교에선 경제교육이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 그나마 초등학교 사회교과 과정에선 기초적인 경제개념들이 쉽게 소개되지만 이 역시 균형의 문제가 있다. 경쟁과 효율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협력과 협동은 매우 낮은 비중으로 다루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초중등 경제교육에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올해 초 서울시와 교육청이 손잡고 초중등 사회적 경제 교과서 만들기에 나섰다. ‘돈보다 사람을 우선하는 경제교육’을 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서울시의회에서 통과된 조례에 따라 시장은 사회적 경제 인재 양성 등의 교육훈련을 실시할 수 있다. 개발된 인정 교과서는 인천, 경기, 강원 등에서도 함께 사용될 예정이다.
사회적 경제 교과서 개발과 더불어 초중고에 더 많은 학교협동조합이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연말 ‘서울시교육감 소관 공유재산 관리 조례’가 개정돼 사회적협동조합이 학교 매점 등을 운영하는 경우 수의계약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초중고에 친환경 먹거리를 파는 협동조합 매점을 운영하는 ‘학교협동조합 시범학교’ 10곳을 추가로 만들 계획이다. 학교협동조합 방식의 매점은 이미 전국 10여곳에서 꾸려져 활동하고 있다.
초중고에서 부는 변화의 훈풍이 대학생협에도 온기를 불어넣어주기를 기대해본다. 얼마 전 사회적 경제 공동포럼에서 한 대학생협 팀장의 말처럼 “대학생협은 조합원의 복지 향상을 위해 활동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협동의 경제를 교육하고 경험하게 해 협동사회를 만들어가는 기둥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학생협은 사람 중심 경제를 경험할 수 있는 더할 나위 없는 소중한 교육 공간이다.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hslee@hani.co.kr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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