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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야! 한국사회] 신도시를 닮은 창조경제 / 강정수

등록 2015-03-25 19:03

정보기술(IT) 등 디지털 기술을 산업 전반에 접목시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창조경제의 의도는 나무랄 바 없다. 정부는, 창조라 불리는 새로운 땅에 스타트업이 저렴하게 입주할 수 있는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고 지역 곳곳에 대규모 창조경제혁신센터를 건설하여 이를 랜드마크로 자랑하고 있다. 창조경제는 신도시 건설과 닮았다. 미국 신대륙 개척 역사에서 사업가 정신을 차용해 왔고, 과시하고픈 크고 작은 성과도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른 경제질서 재편과 사회갈등은 공사장 일꾼만으로 가득 찬 신도시가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로 얽히고설킨 이곳 구시가지 한복판에서 일어나고 있다.

미국 <에이피>(AP) 통신은 일부 뉴스 생산에 로봇을 도입했다. 종이신문만이 유일한 저널리즘의 담지체라 믿어온 신문업계 종사자들이 디지털 물결에 길을 잃고 아파하고 있다. 베엠베(BMW)는 독일 땅에 새롭게 만든 공장에서 전기자동차 i3를 무인생산하고 있다. 세계화를 내세우며 값싼 인건비를 찾아 공장을 이전하겠다는 기업의 협박도 이제 설득력을 잃고 있다. 세계 최대 증권회사인 미국 메릴린치에서 증권을 사고파는 결정은 소프트웨어가 담당하고 있다. 관련 기술력 유무는 차치하고 한국 금융산업은 인력에 대한 대규모 조정을 감당할 의지도 힘도 없는 듯하다. 애플의 자동차 산업 진출에 놀란 독일 정부는 아우토반 일부 구간을 무인자동차 실험용으로 준비 중이다.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 붕괴는 독일 경제에 재앙과 같다. 자동차에 설치된 내비게이션과 블랙박스는 관련 기계 생산자에게 데이터의 보고다. 주행 기록, 운전 습관 등이 저장되기 때문이다. 자동차마다 컴퓨터처럼 운영체제가 설치되고 자동차가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커넥티드 카에서 데이터 주권은 누구에게 속할까? 운전자, 자동차 생산자, 아니면 자동차 운영체제를 제공하는 애플과 구글? 대한민국 국회는 이를 판단하고 점검할 법적 근거에 대한 논의를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물류창고 노동의 대부분을 키바(Kiva)라는 이름의 로봇으로 대체한 아마존은 최소한의 노동을 담당하는 노동자를 장기실업을 체험한 사람으로 제한하고 있다. 실업의 고통을 오래 겪어본 사람은 단순노동에 쉽게 저항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갈등도 해결 못 하는 한국 사회가 인간과 기계의 충돌은 어떻게 수용할 수 있을까.

서울시는 스마트폰으로 운전 노동자를 중개하는 서비스인 우버를 금지했다. 우버는 현행법에 따르면 불법일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정치의 무책임이다. 조직된 이해집단인 택시사업자의 목소리가 무서울 수 있다. 우버는 자본주의 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효율적으로 조절하는 디지털 기술의 진화를 상징한다. 에어비앤비는 숙소를 경제적으로 중개하는 서비스다. 우버는 운송 중개 서비스다. 앞으로 시장의 다양한 재화와 서비스가 새로운 디지털 사업자에 의해 중개될 것이다. 다시 말해 이미 존재하는 수많은 시장 이해관계자와 디지털 서비스의 대규모 충돌은 불가피하다. 합법과 불법의 문제가 아니다. 소비자 유익에 대한 고려와 전통 이해관계자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이는 정치의 몫이다. 현행법이라는 방패 뒤에 숨어 다가올 선거의 표 계산에 빠질 일이 아니다.

강정수 ㈔오픈넷 이사
강정수 ㈔오픈넷 이사
창조적 파괴로 유명한 경제학자 슘페터는 1928년 독일 사회를 평가하면서, 공학기술에 기초한 자본주의 경제와 봉건 농경문화를 벗어나지 못하는 정치의 충돌을 우려했다. 공업화로 도시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당시 독일 도심에는 농촌으로 돌아가자고 외치는 맨발의 예언자가 넘쳐났다. 그중 한명이 아돌프 히틀러다.

창조경제는 신도시 건설에서 디지털 경제와 정치가 충돌하는 공간으로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

강정수 ㈔오픈넷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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