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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세월호특위, 실패한 반민특위는 안 된다 / 장완익

등록 2015-03-30 18:53수정 2015-03-31 09:20

27일 정부가 입법예고한 ‘4·16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시행령안을 처음 읽어보고는 특별법의 취지를 완전히 무시한 안에 참으로 놀랐다. 모든 사항을 법률로 정하는 것이 어려워서 법률에서 위임한 사항을 대통령령인 시행령으로 정하게 되는데, 이번 시행령안은 특별법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어서, 심하게 말하면 정부가 새로운 입법 행위를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 할 정도다. 시행령안의 자세한 내용은 이미 널리 알려졌기에 언급하지 않겠다.

특별법에 따라 설립되는 세월호특위는 그 구성부터 매우 이례적이다. 새누리당은 지난해 국회 산하에 ‘세월호 4·16사고 반성과 진상조사 및 국가재난방지체계 혁신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두거나(서청원 의원 대표 발의), 국회의원 10명, 유족과 부상자 대표 4명, 국회에서 추천한 6명으로 구성되는 독립된 지위를 가지는 세월호사고 진상조사위원회를 두는(김학용 의원 대표 발의) 법안을 냈었다. 새누리당이 낸 두 법안 모두 정부가 조사 대상이므로 정부 입김을 배제하기 위해 국회 주도의 위원회가 진상조사를 하도록 했던 것이다. 야당 법률안과 가족들의 청원안도 국회가 단독으로 위원을 선출하거나 국회와 피해자 단체가 추천하는 위원들로 위원회를 구성하는 내용이어서 위원회 구성에서 정부의 몫을 없앴다.

국회는 여당과 야당이 제출한 법률안과 가족들이 국민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아 청원한 법률안을 놓고 힘든 논의 과정을 거쳐서 국회가 선출하는 10명과 대법원장과 대한변호사협회장이 지명하는 각 2명, 그리고 희생자가족대표회의에서 선출하는 3명 등 모두 17명의 위원으로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특별법을 제정했다. 이후 여야 사이에 희생자 대표회의가 선출한 상임위원을 위원장으로 하기로 정치적인 합의를 했다. 심지어 위원회 위원 자격에 있어서도 공무원 경력은 고려하지 않도록 했다. 마지막 협상 과정에서 새누리당이 관료 출신에게도 위원 자격을 주자고 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결국 대통령이 지명한 위원이 단 한명도 없는 위원회가 탄생한 것이다. 그래서 정부는 위원회 구성에 관여할 수 없게 되었고, 불안을 느낀 정부가 이제 공무원이 위원회를 장악할 수 있도록 시행령안을 만들어 특별법에 반격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특별법은 제1조에서 세월호가 침몰한 참사의 발생 원인, 수습 과정, 후속 조처 등의 사실관계와 책임 소재의 진상을 밝히도록 했다. 또 피해자를 지원하고 재해·재난 예방과 대응 방안을 수립해 안전한 사회를 건설·확립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마련한 시행령안으로는 진상을 밝힐 수도 없고, 참된 지원도 불가능하며, 안전하지 않은 사회를 그대로 유지할 수밖에 없게 된다. 결국 이 시행령안이 그대로 시행된다면 특위 위원과 직원은 일은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세금만 축내는 도둑이 되고 말 것이다.

이번에 입법예고된 정부 시행령안은 특별법의 정신을 훼손한 것이어서 당연히 철회돼야 한다. 그리고 특위가 제출한 안대로 시행령을 만들어야 한다. 특위는 그 구성에서만 독립된 것이 아니라 운영에서도 독립성을 유지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장완익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
장완익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
세월호특위가 정부의 방해를 견뎌내지 못하고 실패로 끝난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의 전철을 밟도록 우리 국민은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 힘든 과정을 거쳐 만든 세월호특위를 제대로 지켜내는 것이 우리 사회를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명심하자. 그것이 희생자와 피해자를 올바로 기억하고 추모하는 길이다.

장완익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

[관련 영상] 세월호 유가족 특별법 폐기 ‘416시간 농성’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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