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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싱크탱크 시각] ‘신상철 5년 재판’과 천안함의 민낯 / 김보근

등록 2015-04-05 19:31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5년 가까이 진행되고 있는 ‘신상철 재판’ 관련 공판조서들을 꼼꼼히 읽어보았다. 여기엔 ‘천안함 합동조사단’ 위원들의 법정증언도 포함돼 있다. 그것을 읽은 느낌은 합조단 조사 결과도 철저하게 과학에 바탕을 둔 게 아니라는 것이었다. 오히려 ‘천안함 조사 결과’는 처음부터 끝까지 ‘1번 어뢰’에 기대어 짜인 것으로 읽혔다.

신상철 ‘진실의 길’ 대표는 애초 야당 추천으로 천안함 조사위원이 됐지만, 조사 결과 발표 하루 전인 2010년 5월19일 국방부에 의해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했다. 신씨는 이후 불구속 상태로 기소돼 오늘까지 재판정에서 힘든 싸움을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그가 벌이는 싸움 덕에 우리들은 천안함 조사 결과의 민낯을 조금이나마 살펴볼 수 있게 된 것이다.

합조단은 조사 결과 보고에서 천안함 침몰 당시 “수심 약 6~9m, 가스터빈실 중앙으로부터 좌현 3m 위치에서 총 폭약량 티엔티 250~360㎏ 규모의 폭발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되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 폭발체로 ‘1번 어뢰’를 지목했다. 하지만 공판조서를 보면 이것도 하나의 추정일 뿐이었다.

우선 합조단의 누구도 ‘1번 어뢰’의 폭약량이 얼마인지 몰랐다. 2014년 9월29일 공판에서 황을하 합조단 폭발유형분과 위원은 1번 어뢰의 고성능 폭약의 폭약량이 얼마인지 모른다고 증언했다. 그는 “정보분과에 요청했는데도 알 길이 없었다”고 밝혔다. 사실상 합조단에서 아무도 폭약량의 규모를 몰랐다는 얘기다. 결국 1번 어뢰의 폭약량이 티엔티로 환산할 때 250㎏인지, 350㎏인지, 심지어 400㎏ 이상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1번 어뢰를 폭발체로 지목한 것이다.

폭발 시뮬레이션 결과도 온전치 못했다. 2014년 4월28일 공판에서 폭발 시뮬레이션을 책임졌던 정정훈 합조단 함정구조분과 위원은 시뮬레이션 결과가 천안함 절단 현상과 똑같지는 않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2010년 5월15일 1번 어뢰를 인양한 이후 급히 티엔티 360㎏을 ‘수중 7m와 9m’ 두 경우로 나눠 폭발 시뮬레이션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9m 시뮬레이션은 “실제 손상이 천안함에 비해서 작”았고, 7m 시뮬레이션도 “선체의 절단까지는 완전히 시뮬레이션할 수 없었다”. 그런데도 합조단의 결론은 바뀌지 않았다. 무엇보다 ‘1번 어뢰’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1번 어뢰’에 모든 것을 건 것은 너무나 큰 도박이었다. 버블주기를 예로 들어보자. 합조단이 추정한 폭약량인 티엔티 250~360㎏은 당시 “공중음파로 추정한 버블주기가 1.1초”라는 데 기초하고 있다. 버블이 팽창했다 수축하는 시간을 가리키는 버블주기가 클수록 폭발량은 커진다. 버블주기가 이보다 크거나 작다면 합조단의 가설은 송두리째 무너진다.

이와 관련해 김소구 한국지진연구소장은 “공중음파로 버블주기를 계산한 것은 잘못”이라고 비판한다. 그는 몇차례의 천안함 논문 발표에서 버블주기를 0.99초라고 주장해왔다. 김 소장은 이를 천안함 사건 당시 ‘지진파’에서 추출해낸 것이라고 밝힌다. 이 경우 폭발량은 티엔티 136㎏이라고 한다. 이 주장이 맞다면 합조단 조사 결과의 유일한 증거물인 ‘1번 어뢰’는 오히려 이상한 괴물이 되고 만다.

이런 논쟁을 종식시키려면 국방부가 사건 당시의 지진파 원본, 천안함 항적도 등 여지껏 감추고 있는 자료들을 공개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천안함 논쟁은 영원히 우리 사회를 갈라놓는 괴물이 되고 말 것이다.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천안함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것은 신상철 대표이지만, 국방부의 비밀주의 탓에 사실 전체 국민이 여태껏 진실의 심판대 위에 놓여 있는 셈이다.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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