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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겨레 프리즘] 사드와 남북관계 / 박병수

등록 2015-04-12 19:01

떠들썩했던 주한미군의 사드(THAAD) 배치 문제는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의 방한으로 한고비 넘기는 분위기인 것 같다. 카터 장관이 10일 “사드 생산 완료 시기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생산이 완료된 뒤 배치 가능성이나 몇 기를 생산할지에 대한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고 그나마 비교적 명료하게 현재 상황을 설명했기 때문이다. 진작에 전후 사정을 얘기했더라면 설익은 논란이 없었을 텐데, 왜 미국은 그동안 국내에서 구구한 억측이 이어지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 소동은 우리 사회가 북한의 군사적 위협 앞에 심리적으로 얼마나 취약한지 드러낸 사례로 읽힌다.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미국의 반핵단체 ‘천연자원보호협회’(NRDC)가 2004년 10월 정부 비밀문서를 분석해 공개한 ‘한반도 핵사용 시나리오’를 보면, 북한이 히로시마 원폭과 같은 위력(TNT 15㏏)의 핵을 서울 용산에 투하할 경우 62만~125만명이 숨질 것으로 예측된다. 남북간 적대적 대결의식이 지금처럼 고조된 상황에서 ‘막돼먹은’ 북한이 핵미사일을 안 쏠 거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집에 도둑 한 번 든 적이 없어도 튼튼한 자물쇠를 달아둬야 안심하는 게 사람의 마음이다. 북한이 핵을 미사일에 탑재할 정도로 소형화할 능력이 있다고 믿을 정보가 없다는 정부 발표가 별로 위안이 될 성싶지 않다.

그래도 사드가 해결책일까에는 의구심이 든다. 사드의 실전 능력에 대해서는 미국에서도 논란이 있다. 미국 국방부의 마이클 길모어 무기운용시험평가국장은 지난달 의회 보고서에서 “지금까지 비행실험과 신뢰성 실험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사드 체계의 구성 부품들은 각 실험들 간에 일관성이나 꾸준한 신뢰도 향상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미사일을 미사일로 맞혀 떨어뜨린다는 미사일방어 구상 자체가 밑도 끝도 없는 ‘창과 방패’의 싸움이라는 해묵은 문제 제기도 여전히 유효하다. 미 군당국은 지난해 중국이 극초음속 미사일(HGV) ‘WU-14’를 세 차례 시험발사한 것을 탐지하고 비상이 걸렸다. ‘마하 10’에 이르는 엄청난 속도로 나는 극초음속 미사일은 기존의 사드로 막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요격미사일의 속도와 사거리를 확장한 ‘사드-ER’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온다. 더 날카로운 창과 더 튼튼한 방패를 추구하는 ‘모순’의 소모전은 그 끝을 알기 어려운 것이다.

문제는 우리의 안보를 어떻게 확보할까일 것이다. 그런데 사드로, 군사력만으로 우리의 안전이 보장될까. 남쪽이 북쪽보다 34배나 많은 군사비를 쓰면서도 여전히 불안하다는 현실은, 우리의 안보가 군사력의 우위로만 확보하기 어려운 성질의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닐까. 실상 자물쇠만으로, 아니 경찰력만으로 집안이 안전해질 수는 없다. 이웃과의 우호 관계, 더 나아가 우리 동네, 우리 사회의 신뢰 관계가 더 중요하다.

이치는 같다. 그래서 남북관계다. 남북간 적대적 대결의식을 누그러뜨리지 않으면 천문학적인 군비로도 우리의 불안은 늘 현재형이기 십상이다. 안보가 군사력만의 문제는 아니다. 교류와 협력, 대화와 협상의 외교가 함께 가는 것이다. 우리가 북한에 군사적 수단만 고집할 이유가 뭘까. 서로 오가며 교류와 협력, 이해의 폭을 넓혀 군사적 긴장을 낮출 방안을 외면할 이유가 있을까. 남북간 교류와 협력, 이를 위한 양보는 일방적 시혜가 아니다.

박병수 정치부 선임기자
박병수 정치부 선임기자
사드 논란은 때가 되면 다시 불거질 것이다. 또 미국과 중국 가운데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줘야만 하는 찬반 논쟁을 벌여야 할까. 아니다. 남북관계 개선으로 한반도 안보환경을 대결과 갈등에서 평화와 협력으로 바꿔 논란의 불씨를 없애는 노력이 먼저다.

박병수 정치부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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