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대화가 중단되었다. 정부는 그간의 논의를 참조하여 노동시장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했고 양대 노총은 정부의 시도를 저지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상황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노사정은 대타협 실패의 이유로 두 가지를 들고 있다. 첫째, 대국민 약속인 3월말 논의시한이 지났고 논의를 더 해봐야 타결 기미가 없다는 점. 둘째, 몇 개의 핵심 쟁점, 특히 ‘일반해고 가이드라인’과 ‘취업규칙 변경 규제완화’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3월말이라는 논의시한,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향후 10~20년을 내다보는 구조개혁의 청사진을 그리는 중차대한 작업을 기한 안에 이루어내지 못했다는 것이 대화 결렬의 이유가 될 수 있을까? “더 논의해봐야 타협 가능성이 없다”고 예단하는 것도 설득력이 약하다. 지난 몇달간 노사정 모두 진정성을 가지고 대화에 임했고 타협을 위해 노력하지 않았던가. 시한을 연장해서 역사적 대타협을 성사시킬 수 있다면 그것이 더 지혜로운 선택일 수 있다.
주요 쟁점들, 특히 두 가지 핵심 쟁점에 대한 이견 역시 대타협 결렬을 정당화하기엔 부족하다. 이른바 ‘일반해고 가이드라인’에 대해 노동계는 ‘더 쉬운 해고’를 위한 조처로 보고 절대 수용불가라 했고, 정부는 오해라고 한다. 해고를 둘러싼 갈등과 분쟁을 줄이고 오히려 해고 남용으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2013년 고용보험 기준 비자발적 이직자는 약 222만명이었던 반면, 노동위원회 부당해고 구제 신청 건수는 1만2972건이다. 일반해고 가이드라인 마련 여부가 대타협을 결렬시킬 정도로 시급하고 중대한 사안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취업규칙 변경 요건 완화’ 이슈는 원래 정년연장을 위한 임금피크제 도입 문제에서 비롯되었다. 이를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규제 완화’의 첫 단추로 보면 엄청나게 큰 문제이지만, 이 쟁점에서 ‘취업규칙 변경’ 요소를 떼어내고 애초 문제, 곧 ‘정년연장-임금피크제 병행실시’를 위한 방법론 문제로 환원하면 상식선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주지하듯이 내년 대기업 공공부문을 시작으로 법정 정년이 60살로 늘어난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임금체계를 그대로 둔 채 정년이 연장되면 좋겠지만, 기업의 인건비 부담 증가, 중고령 인력 및 직무관리 문제, 청년 신규고용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법정 정년연장 못지않게 실질적인 정년연장이 중요하다.
관련 법조항은 정년연장과 임금체계 개편을 함께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다수 근로자들은 임금이 다소 줄더라도 좀더 오래 직장에서 일할 수 있기를 바랄 것이다. 서로 조금씩 양보해서 노사가 정년연장을 위한 임금피크제 도입 등을 통해 실질적 정년연장 효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공동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 아니겠는가?
정부 주도 방식은 적지 않은 갈등과 사회적 비용을 수반하기 마련이다. 좀 더디더라도 노사정의 대타협을 통해 추진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선진국의 대타협 사례들이 이를 잘 보여준다. 대타협을 통해서만 튼튼한 사회안전망을 연결고리로 하여 유연하면서도 안정적인 선진형 노동시장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대화의 주체인 노사정 당사자들이 시대적 소명을 인식하고 대화와 타협의 장에 다시 나와 모두 승자가 되는 대타협 성공의 기적을 연출해주길 바란다. 현재의 노동시장 질서 아래에서 고통받고 있는 청년학생, 중고령, 비정규 근로자들의 절박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협상 재개 선언 그리고 대타협 성사의 그날을 간절히 기다린다.
장홍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수석전문위원
장홍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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