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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겨레 프리즘] 사드를 어디에 설치하나 / 권혁철

등록 2015-04-21 18:45

한반도를 뜨겁게 달궜던 사드(THAAD·종말단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둘러싼 논란이 요즘 잠잠하다. 사드 논란이 물밑으로 가라앉은 듯했다. 그런데 최근 새뮤얼 로클리어 미국 태평양사령관,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이 “한반도에 사드 포대를 배치하는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군 고위 지휘관들이 사드 논란의 불씨를 살리려고 애쓰고 있다.

지난해부터 미국발, 더 정확히는 미군발 사드 논란의 중심에는 부지가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 5월 “미군이 한국에서 사드 부지 조사를 실시했다”는 <월스트리트 저널> 보도가 나오자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은 “본국에 배치를 요청했다”고 이를 확인했다. 부지가 사드 논란의 출발점이었다.

지난달 주한미군사령부가 “한국에 사드 시스템을 배치할 가능성이 있는 장소들이 있다”며 “장래 사드 배치에 대비해 적절한 장소를 찾기 위한 비공식 조사가 진행됐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이후 사드 논란이 급물살을 탔다. 이 과정에서 미군이 경기도 평택, 대구, 강원도 원주, 부산 기장군 일대 등을 사드 배치 후보지로 둘러봤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미군은 부지를 사드 논란의 촉발점과 기폭제로 활용했다. 그런데 우리 땅에 들어설 사드 부지를 미군이 일방적으로 조사해도 되는 것일까. 경남 밀양 초고압송전탑, 제주해군기지 건설이 국책사업, 국가안보를 내세워 해당 지역 주민 의견을 무시하고 일방통행식으로 사업을 강행하다 사달이 났다.

만약 국내 특정 지역에 사드가 배치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해당 지역 주민의 극심한 반발이 일어날 것 같다. 사드 체계는 넓은 터와 안전지대가 필요하다. 사드용 레이더인 AN/TPY-2의 전자파 인체·환경 유해 논란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 육군 자료를 보면, AN/TPY-2 레이더를 설치하려면 가로 281m, 세로 약 94.5m 크기의 면적(축구장 4개 크기)이 필요하다. 레이더 터 외곽 11만2396㎡(3만4000평) 면적에는 외부인 접근을 막는 철조망을 설치해야 한다. 이뿐 아니다. 전자파 영향을 막는 안전거리도 필요하다. 레이더 정면을 기준으로 좌우 각 65도씩 레이더 전방 5.5㎞ 거리까지는 아무것도 없어야 한다. 지금까지 미국이 사드를 배치한 곳이 사막 한복판(미국 텍사스)과 바다에 접한 지역(괌, 일본 아오모리현 쓰가루, 일본 교토부 교탄고)이다. ‘전방 5.5㎞ 개활지’란 안전거리 확보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미국처럼 사막이 없고 일본처럼 바다 쪽으로 레이더를 설치할 수 없다. 북한 미사일 기지들이 우리 북쪽에 있기 때문이다. 중국 견제가 아니라 북핵 대비용이라 강조했기 때문에 한반도에 배치될 AN/TPY-2 레이더는 내륙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자리잡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만약 경기도 평택, 대구, 강원도 원주, 부산 기장군 가운데 사드가 배치된다고 가정해보자. 사드 부지 앞쪽 5.5㎞ 하늘과 땅을 몽땅 비워야 한다면 해당 지역 주민들이 가만있을까. 건축 고도 제한과 개발 제한, 집값 하락 등 각종 재산상 피해, 전자파 인체 유해 논란으로 극심한 갈등이 일어날 것이다. 지난해 AN/TPY-2 레이더가 설치된 일본 교토 교탄고에서는 주민들이 전자파 피해와 레이더 운용 발전기에서 발생한 소음 피해 등을 호소하고 있다.

  권혁철 사회2부 지역데스크
권혁철 사회2부 지역데스크
미군이나 한국 정부는 사드 터를 알아서 결정할 테니 해당 지역 주민은 군소리 말고 그냥 따라야 한다고 믿는 것 같다. 안보를 내세운 사드 배치 강행도 곤란하지만 지역 주민 의사를 무시한 사드 부지 밀실 선정은 더더욱 안 된다. 숱한 희생과 비용을 치르고 강정마을과 밀양에서 배운 교훈을 잊었단 말인가.

권혁철 사회2부 지역데스크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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