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는 말 또는 글과 관련된 자유다. 행동의 자유까지 당연히 포함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어떤 표현은 행동과 불가분으로 얽혀 있다. 예를 들어, 전쟁에 반대하는 뜻으로 입영통지서를 찢어버린 청년이 있다. 이런 경우에도 표현의 자유가 부정돼야 할까?
표현의 자유에 관대하기로 소문난 미국 연방대법원도 이런 행위는 처벌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입영통지서를 찢는 행위는 전쟁 반대를 위해서일 수도, 단지 군대에 가기 싫어서일 수도 있지만 결국 모두 처벌된다. 그 행위에 내포된 ‘표현의 내용’과는 상관없이 ‘행위 그 자체’의 부작용(징병 업무의 차질)을 막기 위한 조처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특정 행위에 초점이 맞춰졌을 뿐 특정 의견을 억누를 목적이 아닌 이상 표현의 자유를 내세울 수 없다는 것이다.
국기를 불태우는 행위도 입영통지서를 찢는 행위와 성격이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미국 연방대법원은 이 둘을 극명하게 구별 지었다. 국기를 불태운다고 모두 처벌되지는 않는다.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쓸모를 다한 국기는 흔히 소각해 폐기한다. 단지 ‘불순한’ 목적으로 국기를 태울 때만 처벌된다. 국기 소각을 금지하는 이유는 그 행위에 내포된 표현의 내용, 즉 국가에 대한 모독·비난 등과 관련돼 있는 것이다. 이처럼 특정 행위의 금지가 실상 특정 의견을 억제하는 효과를 낼 때는 미국에서 위헌으로 판정된다.
18일 세월호 집회에서 태극기를 불태운 청년을 경찰이 추적중이다. 연방대법원 판결문의 결론 부분은 꼭 이 상황을 두고 이야기하는 듯하다. “무명씨인 한 남자의 (국기를 불태운) 한갓 행동이 국기를 향한 우리 국민의 태도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 오히려 그런 행동에 대한 가장 적절한 대응은 그 불타는 국기에 경례를 하는 것이요, 그 타고 남은 국기를 고이 묻어주는 것이다… 그를 처벌하는 건 국기의 신성함을 지켜주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것은 국기가 상징하고 있는 자유를 훼손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박용현 논설위원 pi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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