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김선우의 빨강] 불을 끄는 벌새

등록 2015-05-04 18:57


김선우 시인·소설가
김선우 시인·소설가
너무 바른생활 이야기 같긴 하지만 그래도 이런 이야기는 여전히 힘이 있다. “숲이 타고 있었다. 숲에 사는 동물들은 앞다투어 도망가기 바빴다. 그런데 작은 벌새 크리킨디는 혼자서 물을 한 모금씩 물어다 불을 끄느라 왔다 갔다 하며 땀을 흘리고 있었다. 도망가는 동물들이 크리킨디를 힐끔거리며 한마디씩 했다. 저런다고 별수 있겠어? 이 숲은 이미 가망이 없어.” 벌새를 비웃으며 다들 숲을 떠나갔지만, 부리에 물을 문 채 부지런히 작은 날개를 파닥이며 크리킨디는 마음으로 외쳐 말한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 남미 안데스가 유래인 크리킨디 이야기가 우리에게 전해진 여러 경로 중 하나는 피에르 라비다. 그가 중심이 되어 2007년에 만든 생태 협동조합 콜리브리(Colibris)는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벌새라는 뜻의 콜리브리 철학은 소박하다. “각자 자기가 선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이 한 사람이 여러 사람이 되면 세상은 비로소 바뀔 수 있다.” 언제까지나 농부로 불리고 싶어 하는 생명농업학자이자 철학자인 피에르 라비, 자급자족하는 그의 ‘자발적 소박함’의 이야기들은 접하는 것만으로도 치유가 일어나는 힘이 있다. 소로, 에머슨, 니어링 부부 등의 계보가 지닌 건강함이다. 콜리브리 철학이 너무 모범적인 것 같아 어쩐지 오글거린다고? 세상의 변화란 그렇게 자그마한 관계에 최선을 다하는 태도로부터 비롯해온 것 아닐까. 한탄하며 기운을 고갈시키느니 내가 옮길 한 방울에 최선을 다하는 게 낫다.

김선우 시인·소설가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