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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최루 무기 / 여현호

등록 2015-05-05 18:43

순조의 외삼촌 박종경이 훈련도감 대장 시절인 1813년 지은 <융원필비>는 화포 등 무기의 제원과 사용법 등을 담은 무기 백과사전이다. 책에는 임진왜란 때도 쓰였다는 화학무기 ‘비몽포’와 ‘찬혈비사신무통’도 들어 있다. 비몽포는 독화약을 장전한 작은 포탄을 큰 총을 통해 발사시켜 터뜨리는 인마 살상용 무기다. 독화약에는 28가지 성분이 들어간다. 찬혈비사신무통은 누룩의 일종인 비면 20근과 16가지 약초를 졸여 만든 독가스 무기다. 근접전에서는 대나무통이나 가죽 포대에 넣고 다니다 바람에 맞춰 적에게 뿌리고, 원거리에서는 대나무통을 바람 부는 방향으로 발사해 십리 넘게 날렸다. 분말을 맡으면 눈·코·입에서 피가 솟으면서 순식간에 사망하는 극악한 무기여서, 조정에서도 함부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한다.

고추도 일종의 화학무기였다. 고추나 매운 열매의 풀, 나무를 태운 연기를 적진에 날려 교란시킨 뒤 공격하는 병법은 유럽과 중국의 중세전쟁에서 자주 쓰였다. 임진왜란 때 왜군이 이런 병법을 동원했다는 야사도 있다. 일본에선 고추를 화살 앞부분에 바르거나 화약에 섞었다고 한다.

고추의 매운맛의 원천인 캡사이신은 진통 효과도 있지만, 위험한 화학물질이기도 하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 분류로 ‘매우 위험한 물질’이고, 화학물질의 특성과 위험에 관한 물질안전자료(MSDS)에선 ‘인체에 사용해선 안 되는 물질’이다. 1993년 미군의 연구자료는 “호흡기능에 대한 심대하고 급성 효과” 등 캡사이신의 위해성을 지적하고 있다.

최근 거리시위에서 경찰이 쓴 최루액 물대포는 합성 캡사이신인 노니바마이드(일명 PAVA)가 주성분이다. 스위스에서 만들어져 토끼 실험까지 거쳤다지만, 데이터가 부족해 인체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다만 물질안전자료의 분류대로 ‘인체에 사용해선 안 되는’ ‘매우 유해’한 물질인 것은 분명하다. 한국 경찰은 그런 독물을 2011년부터 무차별로 쏘고 있다.

여현호 논설위원 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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