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1권을 빌려 보는 가격은 얼마가 적당할까? 레진 코믹스 성공 이후 모바일을 중심으로 한 유료 만화 시장에 뛰어드는 회사들이 많다. 카카오 페이지는 앞부분만 무료로 제공하고 뒷부분은 모두 유료로 돌리는 적극적인 유료화 정책에 나섰고 스토리숲이라는 정액제를 내세운 만화 앱도 나왔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독자들은 주로 만화방에서 1권에 100~300원 정도를 내고 만화책을 빌려 봤다. 이제 이미 출판됐던 만화들을 모바일로 보려면 보통 1권에 200~500원을 내야 한다. 예전 대여점 중심 만화시장에 비한다면야 독자들이 본 만큼 만화가에게 돌아가는 지금의 구조가 더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창작자의 몫에 견줘 유통비용이 과한 것은 여전하다.
앱에서 독자들이 대여료로 100원을 낸다면 그중 30원은 구글 플레이나 앱스토어를 운영하는 구글과 애플이 가져간다. 남은 70원 중에서 40~50원 정도를 만화앱을 운영하는 유통사들이, 20~30원을 저작권자가 받는다. 이런 수익구조는 영화, 게임, 음악 등 다른 모바일 콘텐츠와 똑같다. 유료 콘텐츠가 많이 팔리면 팔릴수록 모바일 플랫폼을 독점하고 있는 구글과 애플이 가장 돈을 많이 벌게 될 것이다. 두 회사는 모든 콘텐츠 결제액의 30%를 수수료로 가져간다. 아이티 업계에선 이를 ‘구글 수수료’라고도, ‘구글의 불로소득’이라고도 부른다.
우리나라에선 안드로이드가 모바일 운영체제의 9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구글의 불로소득’이라고 표현하지만, 애플도 마찬가지다. 한국무선인터넷산업연합회가 낸 <2014년 무선인터넷 산업현황 실태 조사 보고>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 콘텐츠 부문 매출액에서 구글플레이가 51.8%, 애플 앱스토어는 31.3%를 차지한다. 전자책이나 만화 등 앱 개발자들은 수수료 30%를 내지 않기 위해서 피시나 다른 프로그램으로 결제하도록 유도하는데 애플은 좀더 폐쇄적으로 결제시스템을 운영하기 때문에 시장점유율에 비해 콘텐츠 매출액이 높다.
애초 애플사가 앱 장터에서 유료앱을 팔거나 아이튠스에서 음악을 내려받을 때 1곡당 수수료 30%를 받았던 게 ‘30% 수수료’의 시작이었다. 서비스가 시작될 때만 하더라도 혁신적이라는 찬사도 받았다. 사실상 모든 게 공짜였던 온라인 공간에서 창작자의 소득을 보장해주었기 때문이다. 그 뒤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초기 책정한 고율의 수수료를 유지하는 게 맞느냐는 의문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오프라인에선 백화점과 홈쇼핑이 매출액의 30%와 35%를 각각 유통수수료 명목으로 입점업체 등에 부과해 지탄을 받았다. 온라인 유통수수료는 오픈마켓 기준으로 보통 8~12% 정도다. 오프라인보다 낮다는 게 상식이다. 높은 모바일 수수료는 소비자 부담이 되거나 가난한 제작사가 떠안아야 한다.
소비자들은 유료 앱을 살 때는 구글이나 애플에도 자신이 치른 돈이 돌아갈 수 있다는 걸 알지만, 앱에서 다른 결제를 할 때, 예를 들면 레진 코믹스에서 만화책을 사면서 구글에 돈을 내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소비자들에겐 감춰진 유통비용인 셈이다.
불로소득으로 치자면 구글이 받은 수수료 30%에서 다시 절반을 가져가는 우리나라 이동통신사들도 만만치 않다. 만약 피시에서 운영체제를 독점해온 마이크로소프트사가 피시로 유료 콘텐츠를 살 때마다 자신들에게 수수료를 내라고 했다면 통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두 회사가 독점하고 있는 모바일에선 이게 가능하다. 플랫폼이 가장 많은 돈을 버는 독점 구조에서 하청을 맡는 창작자는 가난해질 수밖에 없다.
남은주 문화부 기자 mifoco@hani.co.kr
남은주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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