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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모디 방한의 외교 안보적 함의 / 신봉길

등록 2015-05-18 19:01

지난해 말 외교안보연구소는 인도 유력 싱크탱크인 인도세계문제협회(ICWA)와 전략대화를 열었다. 서울을 방문한 인도 대표단은 아태지역 정세와 관련해 평소 우리가 잘 듣지 못하던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인도가 중국과 역사 지정학적으로 피할 수 없는 불편한 관계에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중국을 기점으로 한 육로와 해상 양 방면에서의 대규모 물류 인프라 구축 계획인 ‘일대일로’(육상, 해상 실크로드) 전략에도 경계심을 나타냈다. 특히 동남아 및 서남아 해역을 거쳐 중동~아프리카~유럽으로 연결되는 해상 수송로 구축 계획에 대해선 의심의 빛이 역력했다. 중국이 서남아 해역에서 자국 해군을 위한 항구를 확보한 뒤 인도를 포위하는 이른바 ‘진주 목걸이’ 전략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봤다. 중국의 팽창주의적 성향을 면밀히 주시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본과도 동일한 문제의식을 갖고 협력을 강화하고 있음을 설명했다. 일본의 자위대 역량강화에도 긍정적 입장을 보였다. 그리고 동아시아에서 특정 국가(중국)에 좌우되지 않는 다극체제가 구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극체제의 한 축에는 한국도 포함되었다.

인도 측은 한국-인도 간 양자관계 강화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자국의 경제개발 전략이 1950년대 중공업 기반 전략으로 시작해, 지식 집약산업, 서비스 산업을 거쳐 모디 신정부 출범 이후에는 제조업 주도로 바뀌고 있다고 했다. 인도의 가장 풍부한 자원인 노동력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새로운 성장 전략(‘Make in India’)이다. 한국의 제조업 주도 성장 전략 모델의 인도 적용 가능성을 이야기했다.

인도는 여러 면에서 대단한 나라다. 12억5천만의 인구는 곧 중국을 추월할 태세다. 국내총생산(GDP) 2조달러가 넘는 거대한 시장이다. 2050년에는 미국 중국과 함께 G3로 부상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핵무기, 대륙간 탄도탄(ICBM), 항공모함을 보유한 군사강국이다. 항공·우주·정보·통신 등 최첨단 분야 과학 기술 강국이기도 하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중국과 한국 방문에 나섰다. ‘불편한 관계’의 라이벌 중국을 5월14일부터 17일까지 방문했다. 시진핑 주석은 육지 실크로드의 출발점인 시안으로 날아가 모디를 파격적으로 영접했다. 리커창 총리는 양측이 ‘하늘부터 땅까지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일대일로 추진 전략에서도 양측은 전략적으로 손을 잡는 모양새다.

모디 총리는 18일 한국을 방문했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는 경제·통상·과학기술 문제와 함께 외교·안보·국방 분야에 대해서도 전략적 대화를 했다. 모디 총리가 방한 전 트위터에 올린 글과 같이 ‘무역과 투자가 한-인도 관계의 핵심’임에는 틀림이 없다. 안보 전략의 측면에서도 양측은 전략적 이해를 가지고 있다. 인도는 다극체제 구축 목표상에 한국을 하나의 축으로 두고 있다. 한국도 북한 및 이웃 국가들과의 갈등 대책으로 원교(遠交)의 비책이 필요하다. 한국과 불화상태인 일본도 인도를 핵심적인 전략 파트너로 생각하고 있다. 경제·안보 측면에서 깊은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신봉길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장
신봉길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장
이번 방한으로 한-인도 관계가 전략적 동반자관계에서 한 단계 격상된 것은 평가할 만한 일이다. 관계를 더욱 심화시키기 위해서는 한-인도 정상회담 등 고위급 회담을 정례화할 필요가 있다. 양자협력을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발전시켜 사이버 안보, 기후변화, 재난구호, 지역통합, 개발원조 등 전방위적으로 심화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한국에도 4강을 뛰어넘는 파트너십 구축이 절실하다. 인도는 그런 점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전략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최인훈 소설 <광장>의 주인공 이명준은 한국전쟁 뒤 포로 송환 과정에서 중립국 인도를 택했다. 외교에서도 새로운 전략적 목표지점이 필요하다.

신봉길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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