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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겨레 프리즘] 북한과 집단자위권 / 박병수

등록 2015-06-07 18:53

지난달 30일 한-일 국방장관 회담을 취재하면서, 우리가 갈수록 어려운 처지로 내몰리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싱가포르에서 4년 만에 이뤄진 이번 회담에선 일본의 집단자위권 문제가 의제로 올랐다. 일본이 지난해 7월 집단자위권 행사를 용인하고 두 달 전 이를 반영해 미-일 방위협력지침을 개정하면서,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 우려가 제기됐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자위대가 한국의 사전동의 없이는 한반도에 들어올 수 없다는 다짐을 받으려는 한민구 장관에게, 나카타니 겐 방위상은 ‘절반’의 확답만 줬다. 한반도 남녘에 대해선 “국제법에 따라 해당 국가의 동의를 얻는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방침”이라고 안심시켰으나, 북녘에 대해선 “추후 논의하자”고 뭉갰다. “북한도 헌법상 우리 영토”라는 한 장관의 논리에 “글쎄요…”라며 고개를 갸웃거린 셈이다.

북한의 실체를 둘러싼 논란은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50년 전 한-일 국교 정상화 과정에서도 논란이 됐고, 그 결과 한-일 기본조약 3조는 1948년 12월 채택된 ‘유엔의 한국 정부 승인안’을 원용해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연합 총회의 결정 제195호(Ⅲ)에 명시된 바와 같이 한반도에 있어서의 유일한 합법정부임을 확인한다’고 절충됐다. 진작부터 유엔의 결정을 두고, 한국 정부를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인정한 것이라는 해석과 ‘1948년 5월10일 유엔 감시하에 선거를 치른 지역(38선 이남)에서 유일한 합법정부’로 규정한 것이라는 해석이 엇갈린 사실에 비춰 보면, 한-일 간 서로 편리한 대로 해석할 여지를 남겨둔 것이다.

그러나 북한 정권의 국제법적 실체는 1991년 9월 남북의 유엔 동시가입으로 이미 부인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런 마당에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한 헌법 3조만으로 자위대의 활동을 제어하긴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고 자위대가 우리의 뜻과 무관하게 북한을 공격할 권리가 있다고 인정해야 할까. 그건 아닐 것이다.

1994년 미국이 북한을 폭격하려 한 적이 있다. 북한이 앞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특별사찰 결의에 맞서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자, 영변 핵시설에 대한 폭격을 준비한 것이다. 당시 김영삼 정부는 전면전을 우려해 이를 반대했다. 북한에 대한 군사행동은 남한의 안보에 직접 영향을 준다는 것이었다. 자위대의 집단자위권 행사에도 이런 논리를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남북관계는 민족 내부의 특수관계이고 직접적인 안보이익이 얽혀 있으니, 사전 협의와 동의의 대상이라고 말이다.

그동안 한반도 안보환경에서 ‘일본 변수’는 무시해도 됐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터지면 후방지원을 할 ‘유엔사 후방기지’ 7곳이 일본에 있지만 이들 기지는 한-미 연합방위 체제에 따라 운용될 것으로 여겨졌으니, 일본이 끼어들 여지는 별로 없었다. 그러나 이젠 달라졌다. 우리가 한-일 안보협력이 불가피한 상황에 내몰린 건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든다.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을 억제하기 위해서라도 일본의 이해와 협조가 필요하게 됐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한-일 국방협력을 어느 선까지 추진할지는 신중하고 균형된 입장이 필요할 것이다. 국내 부정적인 여론도 있고, 한-일 협력이 중국 견제를 위한 한-미-일 3각 협력 체제의 완성으로 가는 징검다리가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박병수 정치부 선임기자
박병수 정치부 선임기자
그러나 실상은 조금만 발상의 전환을 하면 다른 해법이 보인다. 일본 자위대의 집단자위권 행사가 한반도 유사시를 상정한 것이니, 한반도에서 무력충돌이 없으면 그만이다. 그래서 남북관계 복원이 우선이고, 남북간 화해와 협력이 절실하다. 정부는 그래도 위험한 외줄타기만 고집할 생각인가.

박병수 정치부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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