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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싱크탱크 시각] ‘6·28 방침’ 3주년과 남북의 초상 / 김보근

등록 2015-06-28 19:07

‘북은 개혁을 추진할 동력이 약하고, 남은 북의 개혁에 관심이 없다.’

북한이 ‘우리 식 개혁’ 추진을 선언한 ‘6·28 방침’ 3주년을 맞아 살펴본 남북의 현재 모습이다. 6·28 방침이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2012년 6월28일 내놓은 담화 ‘우리 식의 새로운 경제관리체계를 확립할 데 대하여’를 가리킨다. 하지만 아직까지 북은 ‘사회주의의 틀 속에서 실리를 최대한 보장’하는 새 경제관리방법을 선보이지 못하고 있다. 그 1차적인 원인은 이 정책을 추진할 북의 동력이 약한 데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와 함께 눈여겨봐야 할 점이 있다. 북의 개혁 문제에 대한 남쪽의 무관심이 매우 깊어졌다는 점이다. 불과 10여년 전인 2002년 북이 7·1 경제관리개선조치를 발표했을 때 보여줬던, 그 뜨거웠던 관심은 온데간데없어졌다.

우리 식 경제관리방법은 7·1 경제관리개선조치보다 더 개혁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알려진 여러 시범조치 내용을 보자. 북은 기업소에 대해 △임금상한 철폐 △무역권한 부여 △합영·합작 권한 부여 등까지 시험하고 있고, 협동농장에 대해서는 ‘포전관리제’ 실시 등으로 농업생산 책임단위를 세분화하고 있다.

김 제1비서도 여러 차례 새 경제관리방법 확립을 강조해왔다. 우선 2013년 3월 경제·핵병진정책 발표 때도 “현실 발전의 요구에 맞게 우리 식 경제관리방법을 연구 완성”할 것을 제시했다. 지난해 5·30 담화에서는 “공장·기업소·협동단체들이 생산수단에 대한 사회주의적 소유에 기초하여 ‘실제적인 경영권’”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또 올해 신년사에서도 내각 등에 “현실적 요구에 맞는 우리 식 경제관리방법을 확립하기 위한 사업을 적극적으로 내밀”라고 채근했다.

그런데도 새 경제관리방법은 아직 전면적으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북의 ‘공급능력 부족’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7·1 조치 이후 북은 큰 인플레를 경험했다. 당시 7·1 조치로 시장이 활성화하면서 수요는 늘어났는데, 공급이 이를 제대로 충족시킬 만큼 확대되지 못한 탓이다.

7·1을 능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새 경제관리방법이 전면화되려면, 북의 공급능력도 7·1 때 요구됐던 것보다 높아져야 한다. 하지만 현재 북이 처한 대외환경으로 볼 때 쉽지 않은 과제다. 우선 남쪽을 보면, 한-미-일 3각동맹이 질식할 정도로 북을 포위해가고 있다. 더욱이 중국이나 러시아와의 관계회복도 제 궤도에 올랐다고 보기 어렵다. 당연히 외부로부터의 자본 유입은 제한적이다. 이런 상태에서 우리 식 경제관리방법이 전면화된다면, 공급 부족으로 인한 큰 규모의 인플레 등이 북한 당국을 괴롭힐 가능성이 높다.

누구나 인정하듯 북의 개혁은 ‘통일 대박’의 열쇠다. 북은 과연 어떻게 개혁을 실현할 수 있을까? 불행히도 이 주제에 대한 남쪽의 관심은 그리 크지 않은 듯하다. 햇볕정책 시절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무엇보다 현재 남쪽 정부가 북의 개혁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대북 제재가 더 효율적일지’에만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북의 개혁 성공엔 남의 협력이 중요하지만, 외부 환경이 바뀌어도 가능할 수 있다. 한 예로 한-미-일 3각동맹이 한층 강화돼, 중국이 느끼는 북의 전략적 가치가 더욱 높아질 때를 생각해보자. 중국은 그때 북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비롯한 새 한반도 정책을 선언할지 모른다. 그럴 경우 통일 가능성은 영영 멀어져버릴 수 있다.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통일 대박’ 운운하면서도 아무런 ‘통일 전략’도 없는 박근혜 정부. 이 정부가 이끄는 한반도의 미래는 어쩌면 메르스가 덮친 현재보다 더욱 암울한 것이 될지도 모른다.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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