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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2세대 진보정치와 2세대 사회운동 / 김민수

등록 2015-07-06 18:46

민주주의 밖의 시민들을 대변하는 ‘2세대 진보정치’를 표방한 젊은 정치인의 행보가 연일 화제다. 정의당 당대표 선거 조성주 후보가 그 주인공이다. 그리고 나는 그의 출마선언문을 보면서 ‘2세대 노동운동’을 생각한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으로 상징되는 1세대 노동운동은 현 정부가 추진하는 이른바 ‘노동시장 구조개혁’에 맞서 ‘진검승부’를 벌이고 있다. 정부는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한다는 명분으로 작년 말부터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그 내용을 살펴보면 대기업 정규직 등 노동시장의 상층부에 위치한 이들의 몫을 빼앗는 데 주력할 뿐이다. 대기업의 비용 절감이 전체에 이롭다는 해묵은 낙수효과 정책을 들고 온 것이다.

양대 노총은 정부가 강행하는 해고요건 완화, 성과중심 임금체계 전환, 통상임금 판결 무력화 등을 막아내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오랜만에 보여주는 긴밀한 공조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이상한 일이 아니다. 오늘날 노동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주변부 노동자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막아내는 싸움에 당장의 절박한 이해관계가 없다. 이들은 해고요건 완화 정책과 무관하게 계약기간의 만료와 문자해고 등 일상적인 고용불안에 이미 노출되어 있다. 또한 연공서열이냐 성과중심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애당초 근속기간과 숙련을 보상하는 임금체계 자체가 없다. 통상임금 문제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에서 정기 상여금을 꼬박꼬박 받는 노동자가 전체의 몇 퍼센트나 되겠는가.

정부의 기만적인 노동시장 구조개혁은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 1세대 노동운동이 무너지면 주변부 노동자의 삶은 지금보다 더 빠른 속도로 추락할 것이다. 하지만 더 나빠지는 것을 막아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낙수효과 노동시장 구조개혁’에 반대하는 것을 넘어, 노동운동이 주도하여 가장 아래에서부터 위를 향하는 ‘진짜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말해야 한다. 청년실업·비정규직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는 노동시장 구조개혁의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고, 고용보험 재정을 확충하여 불안정 노동자를 위한 실업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아울러 열악한 지위의 노동자들에게 위법한 노동조건을 강제하는 기업들을 잡아내는 노동감독 행정이 대폭 강화되어야 한다. 이 세 가지 의제가 노동운동의 중심에 서야 한다.

‘노동운동 밖의 노동’에 대한 대안을 조직하는 것은 이제 노동운동이 새롭게 직면해야 할 과제다. 커피전문점 주휴수당 투쟁, 피자업계 30분 배달제 폐지, 무급인턴·열정페이·블랙기업 이슈의 확산, 최저임금 인상 운동 등의 발걸음을 이어나가고 있는 청년유니온은 스스로 2세대 노동운동을 열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편 주거권이라는 한국 사회의 새로운 의제를 선도하고 있는 민달팽이유니온 등의 활약은 노동을 넘어 2세대 사회운동의 가능성까지 보여주고 있다. 2세대 사회운동은 앞으로 한국의 정치가 대변해야 할, 평범한 보통 사람들이 겪고 있는 갈등과 균열을 보다 분명하게 드러내야 할 것이다.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최악의 불평등과 무너져가는 사회경제적 약자의 삶은 한국 사회에 다음세대 운동과 정치의 출현을 요구하고 있다. ‘2세대 진보정치’와 ‘2세대 사회운동’의 만남에 한국 사회의 미래를 새롭게 설계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변화에 대한 작은 희망을 놓치지 않고 한걸음씩 나아가는 우리의 미래를 상상한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냉소와 허무함에 시달리고 있는 우리들에게는 희망의 근거가 필요하다. 절망 속에서도 삶은 지속되기 때문이다.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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