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하류에 녹조가 뒤덮여 냄새가 코를 찌르고, 물고기들이 떼로 죽어 떠오르고 있다. 급기야 7월1일 서울시는 한강 잠실수중보와 신곡수중보 구간에 녹조경보를 발령하고, 시민들의 수상 레저 활동을 금지했다. ‘녹조’, 정확히는 마이크로시스티스라는 독성을 가진 남조류의 피해를 우려한 조처다.
사실 한강의 녹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올해 들어 논란이 커진 것은 녹조의 강도도 그렇지만, 물고기들이 죽어날 정도로 피해가 눈에 띄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봄부터 끈벌레가 창궐해 어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죽은 상괭이들이 발견되는 등 이상 징후들까지 빈발한 탓이다.
그렇다면 올해 한강에 녹조가 극심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우선 지난해 이후 줄어든 한강의 유량을 원인으로 꼽는다. 팔당댐은 초당 124톤 이상을 하류로 내려보내 서울 구간의 식수와 하천수를 공급하도록 계획되어 있는데, 6월18일 이후 방류량이 80톤 이하까지 떨어졌다. 이 중에서 절반쯤은 식수로 취수돼 이용됐다가 다시 하수처리장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지금 한강 하류에 흐르는 물 중에 절반 가까이가 하수처리장의 방류수인 셈이다. 직접적으로는 가뭄의 영향이겠지만, 수도권의 개발이 늘어나면서 팔당에서 끌어가는 용수가 늘어난 것이다.
다음으로 6월25일 저녁부터 26일 새벽까지 약 20㎜의 비가 내리고 나서, 27일부터 녹조가 번성한 것을 주목해야 한다. 이는 서울시의 하수처리시설들이 초기 우수, 즉 처음에 쏟아져 내린 빗물을 처리하지 못한 때문일 수 있다. 초기 우수는 길거리의 오염 물질, 하수관거에 쌓여 있던 오물들을 한꺼번에 휩쓸고 들어오는데, 서울시의 하수처리장은 평시보다 늘어난 하수를 처리하지 않고 한강으로 배출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중랑하수처리장 하류에서, 비 온 뒤 물고기들이 떼죽음한 사례들과 같은 이유다.
특히 신곡수중보 상류에서만 녹조가 발생해 퍼져 나간 것을 분석해야 한다. 신곡보는 서울시에서 유입된 오염물질들이 서해로 나가는 것을 막고, 이들을 녹조의 영양분으로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한강 서울 구간을 흐르지 않는 호소로 만들어, 하류의 녹조가 상류로 거슬러 번지게 하는 기현상까지 만들어내고 있다. 녹조 경보가 신곡보를 기준으로 상류에만 내려졌고, 서해와 연결된 하류가 제외된 것은 보의 영향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번 녹조 사태는 정부와 서울시의 한강 수질 관리가 부실하며 생태계가 아슬아슬한 위기 상황에 있음을 확인시켜주었다. 이번 기회에 철저하게 원인을 규명하고 대책을 수립해 수질을 개선하고 생태계를 복원해야 한다. 대책의 첫발은 신곡수중보의 철거가 적절해 보인다. 신곡보는 한때 서울의 식수 취수원이었지만, 지금은 이들 시설이 모두 잠실보 상류로 이전했기 때문에 용도가 거의 없다. 용도는커녕, 수질, 생태, 경관, 이용의 측면에서 부담을 주고 있다. 그리고 서울시는 하수처리장의 평시 방류 수질을 개선하는 정책에 집중하고 있는데, 초기 우수를 처리하고 지천들의 오염에 대응하는 데로 방향을 고쳐 정책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나아가 한강의 용수 부족을 초래할 수 있는 수도권의 추가 개발이나 팔당댐 용수 공급 지역 확대에 신중해야 한다.
한강 서울 구간은 동서로 42㎞를 흐르고, 면적은 약 40㎢로 서울시의 6.7%에 이른다. 이렇게 크고 생태적인 공간을 녹조에 내주고, 생명들이 썩어 나가게 하는 것은 한심한 일이다. 서울의 한복판을 맑은 물이 흐르고 생태계가 풍부한 공원이자 휴식처로 가꾸는 일, 더 미룰 이유가 없다.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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