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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겨레 프리즘] 노래가 1원인 이유 / 남은주

등록 2015-07-12 18:40

2012년 음원값을 정상화하기 위해 음악전송사용료 징수규정이 개정될 때만 해도 음원값을 너무 올리면 소비자들이 음악 불법 다운로드(내려받기)를 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그전까지는 일정 금액으로 한 달 동안 음원을 무제한 감상(정액제)하도록 했다가, 소비자들이 노래를 여러번 들을수록 저작권자에게 더 많은 돈을 치르는 종량제가 도입됐지만 3년이 지난 지금도 음원값은 똑같다. 개정되기 전에도 1곡을 스트리밍(실시간 재생)으로 들으면 3원, 내려받으면 200원을 내야 했다. 2015년 7월에도 대부분의 음원 사이트에서 이 가격으로 노래를 듣거나 내려받을 수 있다.

3년 전과 지금 음악비용이 크게 차이가 없는 이유는 할인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1곡을 스트리밍으로 듣는 값은 12원이다. 그러나 무제한 스트리밍이라는 묶어팔기 서비스를 신청하면 반값으로 할인되고, 여기에 다른 결합상품과 함께 이용하면 다시 절반으로 떨어진다. 노래를 내려받을 때도 원래 정가는 600원이지만 마찬가지로 두번의 할인을 거쳐 결국 3분의 1 값으로 떨어진다.

애초 1곡당 12원이라는 스트리밍 정가부터 세계적으로 낮은 수준이었다. 일본에선 디지털 스트리밍 1곡당 한국 돈으로 약 66원, 영국에선 125원을 내야 한다. 거기에 분배도 음악가에게 유독 불리하다. 음원 수익은 음원서비스 플랫폼 사업자가 40%를, 생산자가 60%를 갖는데 이 60%에서 음원유통사, 제작사, 각종 협회에 수수료를 떼고 나면 곡을 만든 사람과 부른 사람은 12원 중에 7원50전밖에 받지 못한다. 실제론 대부분의 음원은 할인값인 3원에 팔린다. 음악가에게 돌아가는 돈은 1곡당 단돈 1원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3월부터 한국저작권위원회와 함께 ‘저작권 상생협의체’를 만들고 음원전송사용료 개선을 궁리해오고 있다. 저작권자, 음원사업자와 소비자들이 음원값과 수익배분을 협의 중이다. 최근 이 협의체에서 정부는 1곡당 다운로드 값을 600원에서 700원으로, 스트리밍 비용은 12원에서 14원으로 올릴 것을 제안했다고 한다.

정부안에 대해선 저작권자들부터 회의적이다. 바른음원협동조합은 노래를 1원짜리로 만드는 주범을 할인율로 지목하고 나섰다. 음원 서비스의 과도한 할인율을 그대로 두면 정가를 아무리 올려도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멜론, 엠넷, 벅스 등 국내 유명 디지털 음악 서비스 업체들은 음원값을 올리거나 할인율을 줄이면 결국 소비자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주장으로 맞서고 있다. 묶어팔기를 못하면 소비자는 어느 정도 피해를 보게 될까? 보통 정규 앨범 한장에는 10곡이 들어간다. 10곡을 모두 내려받는다고 하면 앨범 한장을 디지털로 사면 6000원이 드는 셈이다. 묶음상품에서는 한달에 6000원을 내면 30곡을 내려받을 수 있다. 앨범 1장 값으로 3장을 얻을 수 있는 어마어마한 할인상품을 놔두고 종량제로 1곡씩 구입하는 소비자는 드물다. 하지만 그렇다고 실제로 매달 30곡을 전부 다 내려받는 소비자도 많지 않다. 정확한 통계는 나와 있지 않지만 대부분 한달에 구입할 수 있는 음원의 절반 정도를 내려받는 것으로 추산된다. 묶음상품을 사면서 소비자는 이미 1곡당 200원씩 6000원을 결제했지만 한 달이 지나면 몇 곡이 남았든 간에 다운로드 이용권리는 사라진다. 음악 생산자는 음원을 덤핑 처리하듯 팔고 소비자는 남아서 버리는 불합리 사이에 절충점은 없을까?

남은주 문화부 기자
남은주 문화부 기자
영화, 만화, 드라마에도 비슷한 문제는 있지만 음악처럼 1원에 콘텐츠를 넘기는 곳은 없다. 플랫폼과 창작자 사이에 갈등과 불균형이 있다면 정부는 우선 창작자의 손을 들어줘야 한다. 창작이 없다면 산업도 없기 때문이다.

남은주 문화부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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