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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싱크탱크 시각] 대통령이 정치를 하는 이유? / 박순빈

등록 2015-07-12 18:47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8일 원내대표 사퇴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헌법 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다고 했다. 그가 정치를 하는 이유는 민주공화국의 숭고한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당연한 말인데 울림이 크다. 여권 내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유 의원이 일약 1위로 등극했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배신의 정치를 심판’하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주문은 정치적 묘비명이 되어버린 듯하다. 문득 이런 질문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목적은 무엇일까?

박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 ‘안거낙업’(安居樂業)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국민이 ‘편안히 살고 즐겁게 일하는’ 세상을 만드는 게 자신이 정치를 하는 이유라고 밝힌 것이다. “안거낙업을 위해 백마디 말보다 하나라도 진실되게 실천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그런 약속을 믿고 국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선택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출범 뒤 국민이 맞닥뜨린 세상은 안거낙업과는 거리가 너무 멀다. 오히려 국민은 더 힘들고 고통스럽다.

이런 평가는 다름 아닌 집권 여당의 원내사령탑에게서 석 달여 전에 나왔다. 바로 유승민 의원이다. 그가 원내대표로서 지난 4월8일 국회에서 한 연설의 몇 대목을 그대로 옮겨보자. “심각한 양극화 때문에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는 갈수록 내부로부터의 붕괴 위험이 커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이행 계획인) 134조5천억원의 공약가계부를 더 이상 지킬 수 없다는 점을 새누리당은 반성한다.” “지난 3년간 예산 대비 세수부족은 22조2천억원이다.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임이 입증되고 있다.” “성장잠재력 자체가 약해져서 저성장이 고착화된 경제에서 국가 재정을 동원하여 단기부양책을 쓰는 것은 성장효과도 없이 재정건전성만 해칠 뿐이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 운영에 대한 혹평의 근거는 유승민 의원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엊그제 한국은행은 실질 국내총생산(GDP) 기준 올해 경제성장률이 2%대로 다시 주저앉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한은은 정부의 추가경정 예산이 그대로 집행되더라도 올해 성장률은 2.8%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겨우 3%대를 회복한 성장률이 다시 2%대로 떨어지면 우리 경제는 1990년대 이후 일본처럼 장기 저성장의 늪으로 빠질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

이런 상황을 대외여건의 악화 탓으로 돌릴 수도 없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 3.3%보다 더 낮다. 올해 전망치까지 포함하면, 한국 경제의 성장률은 2011년 이후 5년 연속 세계 평균치를 밑돌게 된다. 세계 교역신장률 저하에 따른 수출 부진도 변명거리가 될 수 없다. 지난해 수출 증가율은 13년 만에 처음으로 세계 교역신장률보다 더 낮아졌다. 올해 세계 교역신장률 전망치는 3.4%인 반면에 한국의 올해 상반기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나 줄었다. 수출 부진과 성장잠재력의 약화는 대외여건보다 내부적 요인이 더 크다.

박순빈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부원장
박순빈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부원장
물론 경제 성적만으로 박근혜 정부를 다 평가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다른 평가지표로 보면 더욱 초라하다. 국민행복지수나 ‘삶의 질’, 정부의 정책결정 투명성, 부패인식지수 등 국제기구에서 평가하는 여러 지표가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 들어 더 추락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는 한국의 ‘시장 실패’보다 ‘정부 실패’가 더욱 심각하다고 경고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국민의 안거낙업에 활용되어야 할 법과 제도가 국정 최고책임자의 ‘칩거낙업’에 동원되고 있기 때문이다.

박순빈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부원장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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