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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야! 한국사회] 감시, 방사능보다 해롭다 / 강정수

등록 2015-07-15 18:35

국가정보원으로 추정되는 5163부대가 해외에서 해킹 프로그램을 구입하여 카카오톡에 대한 감청을 시도하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 지난 6월 프랑스 상원은 미국 국가안보국(NSA), 영국 정보통신본부(GCHQ)와 유사한 감시기구를 설립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명목은 반테러다. 국정원도 감청을 반간첩으로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국정원의 진정성과 진위를 따질 필요는 없다. 문제는 감시의 가능성이 시민 개인의 삶을 망치고, 경제에 심각한 해를 입힌다는 데 있다.

감시는 권력의 속성이다. 기독교 성경은 예수의 부모가 인구조사 때문에 베들레헴으로 갔다고 기록하고 있다. 인구조사는 감시의 대표 사례다. 인구조사에 근거해서 유대왕 헤롯은 아기 예수를 죽이기 위해 베들레헴 지역의 두 살 이하의 사내아이를 모두 죽였다. 1920년대 네덜란드 정부는 인구조사를 진행하며 시민의 종교 성향을 빠짐없이 기록했다. 네덜란드를 점령한 독일 나치는 이 기록을 이용하여 유대인 검거에 나섰다. 유대인 검거율이 압도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었다.

감시는 그 자체로뿐 아니라 그 가능성만으로도 시민 생활과 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이런 이유에서 미셸 푸코는 <감시와 처벌>에서 “감시는 실제 자주 이뤄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감시 가능성의 효과는 영원하다. 권력의 완벽성은 실제 실행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며 감시의 가능성이 가지는 효과의 무서움을 경고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감시의 가능성은 전체주의 국가 북한에서만 시민의 생활을 망치는 것이 아니다. 1975년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의 한 연구진은 감시의 가능성을 인지한 초등학교 학생들의 행동 변화를 관찰했다. 거짓말이 늘어났고 규범에 반하는 행동과 주장에 대한 공격성이 증대했다. 이를 위축효과라 부른다.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위축효과에 대한 다양한 연구는, 감시 가능성이 정치적 의사표현을 제한하는 것만이 아니라 인간의 인성을 파괴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공격적으로 변하는 효과를 입증하고 있다. 감시 가능성은 우리를 바보로 만들고 가난하게 한다. 감시는 인간과 사회의 자기결정권을 위축시키기 때문이다. 숨길 것이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남들에게 감추고 싶은 비밀이 모두에게 있기 마련이고 이는 잘못이 아니다. 아니 비밀은 달콤한 것이며 때론 인성을 살찌운다. 비밀은 인간의 권리다. 카카오톡의 감시 가능성은 달콤한 그와 나의 비밀스러운 대화를 누군가 엿듣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때 인간의 삶이 달라진다.

미국 상원의원 론 와이든은 국가안보국의 감시활동이 미국 경제에 심각한 해를 미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를 반대하는 활동을 전개해 왔다. 와이든 의원은 국가안보국과 협조한 미국 인터넷 기업에 대한 유럽 및 아시아 정부와 시민의 불신이 결국 이들 기업의 경제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카카오톡의 감시 가능성을 다수의 해외 언론이 보도했다. 이것으로 카카오톡의 해외진출은 심각한 타격을 입었음은 자명하다. 와이든은 국가안보국 활동이 외교 갈등을 증폭시킨다며 이로 인한 외교적 손실을 우려한다. 또한 정부기관의 해킹과 감시 시도는 인터넷 보안 질서를 교란하여 추가 비용을 발생시킨다. 와이든 의원과 그의 뜻에 동조한 미국 상원의원들의 노력으로 미국 정부기관의 감시활동을 크게 제한하는 일명 ‘자유법’이 지난 6월2일 미국 상원을 통과했다.

강정수 ㈔오픈넷 이사
강정수 ㈔오픈넷 이사
감시는 방사능과 같다. 개인의 건강을 망치며 사회를 병들게 하며 경제에 독이다. 국민의 육체와 정신만이 아니라 이제 국민의 데이터를 보호하는 일도 국가의 의무다. 이것이 이른바 ‘간첩을 잡는 일’보다 우선한다.

강정수 ㈔오픈넷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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