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고용 절벽’이라는 말을 자주 접하게 된다. 통념상 고용 절벽은 기업의 고용 여력이 떨어지면서 일자리가 급감하는 현상을 말한다. 다소 섬뜩한 이 단어가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내년부터 정년을 60살로 연장하는 법안이 본격 시행되면서 가뜩이나 힘든 청년들의 취업 사정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는 걱정 때문이다. 중장년 취업자의 정년 연장 논의가 이루어질 때마다 단골메뉴로 등장한 것이 바로 청년 고용에 대한 부정적인 효과이다.
청년 취업의 애로와 비관적 전망은 통계수치에서 확인된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7~8% 수준을 유지하던 청년 명목실업률이 개선되기는커녕 올해 6월에는 두자릿수(10.2%)를 기록했다. 구직 포기자 등 소위 ‘니트(NEET)족’까지 포함하면 2014년말 현재 청년층의 실질실업률은 이미 30%를 넘어섰다는 조사가 발표되기도 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관련 보고서를 통해 향후 3~4년간 20대 중후반 청년들의 ‘취업대란’이 발생하고 노동시장의 함정이 더 깊어질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그래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우리 사회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청년세대가 일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실업자로 전락하도록 만드는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개혁해야 한다. 여기에 반대할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다만 실마리는 정부가 먼저 풀어야 한다.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존 정책수단을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좀더 실효성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주범으로 강성노조를 지목하고 대기업의 정규직 조직노동자가 청년고용을 가로막고 있다는 논리로 세대간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 시대의 중장기 인력수급 불일치 문제를 예측하고 이에 대한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데 대한 일차적 책임은 정부에 있다. 이처럼 청년 고용절벽을 방치한 장본인이 자신의 실책을 남 탓으로 돌리고 있는 꼴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지난 7월27일 ‘청년 고용절벽 해소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핵심 내용은 앞으로 3년 동안 모두 20만개의 청년일자리를 만들어 단기 고용충격을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 땜질 처방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만개 일자리 중에서 12만5천개 일자리는 ‘채용’이 아니라 그냥 일자리 ‘기회’일 뿐이다. 그나마 실제 일자리 창출에 해당한다고 정부가 주장하는 공공부문 4만개 일자리도 ‘신규’ 일자리로 볼 수 없다. 새로 일자리가 늘어나는 게 아니라 퇴직자를 대체하는 일자리이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청년 고용 대책의 ‘신상품’이라고 할 수 있는 ‘세대간 상생고용 지원제도’는 실효성 자체가 의심스럽다. 임금피크제 등을 도입해 확보한 인건비 절약분으로 청년 채용을 늘리면 고용보험기금으로 지원해주겠다는 것인데, 대기업에서 연간 540만원의 한시적 지원금을 받기 위해 청년 채용을 더 늘린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청년 취업난 해소는 정말 절실한 과제이다. 그렇다고 청년과 장년을 ‘의자놀이’로 내몰아서는 안 된다. 학업과 취업의 연결고리를 약화시키는 구조적, 제도적 요소들을 제거하는 것은 무엇보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제도를 정비하고 재정 투입도 확대해 고용절벽을 메우고 분단된 노동시장을 잇는 ‘희망 사다리’를 만들어야 한다. 물론 노동시장의 이중화와 차별화를 극복하기 위한 기성세대의 노력과 사회적 책임 의식도 뒤따라야 한다. 청년 고용절벽을 허물기 위한 사회적 합의와 일자리 연대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우리 모두의 시대적 과제이다.
이상호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lshberlin0612@hani.co.kr
이상호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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