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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도널드 트럼프 풍선 / 김종구

등록 2015-08-11 18:42

세계적인 부동산 재벌인 도널드 트럼프의 아버지인 프레드 트럼프 역시 뉴욕의 부동산 개발업자였다. 중산층을 겨냥한 임대아파트 사업을 주로 한 그는 여름이면 바닷가에 형형색색의 광고 풍선을 띄우곤 했다고 한다. 각 풍선에는 자신이 파는 아파트의 가격을 50달러 깎아주는 쿠폰이 들어 있었다. 이런 기발한 아버지 밑에서 어릴 때부터 경영수업을 받은 트럼프는 결국 거대한 ‘트럼프 왕국’을 건설했고, 급기야 미국 대통령 후보 경쟁에까지 뛰어들었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중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는 트럼프의 인기는 곧잘 풍선에 비유된다. 지금은 인기가 풍선처럼 하늘 높이 치솟아 있지만 언젠가는 터져서 바닥으로 추락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메이시 축제 풍선’이라는 야유도 있다. 뉴욕의 메이시 백화점 주최로 열리는 추수감사절 퍼레이드에 등장하는 대형 인기 캐릭터 풍선들처럼, 트럼프 역시 현실성이 있는 실제 후보가 아니라 가짜 캐릭터 풍선에 불과하다는 야유다. 가장 신랄한 비유는 ‘독가스 풍선론’이다. <뉴요커>의 데이비드 렘닉은 최근 칼럼에서 “아버지는 풍선에 할인 쿠폰이라도 넣었는데 그의 풍선에 들어 있는 것은 독가스뿐”이라는 독설을 날렸다.

역설적이게도 트럼프 풍선을 띄워주는 힘은 미국의 사회적 약자들이다. 최근 <워싱턴 포스트>와 <에이비시>(ABC) 방송이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백인 공화당 지지자 중 3분의 1이 트럼프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미국 경제체제가 가진 자들에게 유리하게 짜여 있다’고 불만을 터뜨리면서도 정작 선거에서는 억만장자를 지지하는 모순된 행태를 보이는 것이다. 트럼프가 실제로는 자수성가형이 아닌데도 많은 사람이 그를 ‘아메리칸드림’의 주인공으로 착각하고 있으며, 다른 후보들과 달리 돈에 휘둘리지 않을 후보로 믿고 있다는 등 다양한 분석도 나온다. 이유야 어쨌든 자기와 다른 계층의 대변자를 찍는 계급 배반 투표 성향은 이쪽이나 저쪽이나 비슷한 모양이다.

김종구 논설위원 kj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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