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한국사회] 박점규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이 관철되면
‘알바→계약직→파견직’ 노동자의 생애주기 완성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이 관철되면
‘알바→계약직→파견직’ 노동자의 생애주기 완성
수화기 너머 노조지회장의 목소리가 경쾌하다. 그는 임금교섭을 타결하고 회사 휴양지로 광복절 특별휴가를 떠난 조합원들을 만나고 있었다. 자동차 시트를 만드는 다스는 올해 월급을 6만7200원 인상하기로 했다. 수당을 더하면 월 8만원 넘게 올랐고 성과급도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우리의 딸 아들’ 취업을 걱정하며 추진하는 임금피크제와 저성과자 해고는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다스, 에코플라스틱, 세진 등 7개 회사와 금속노조 경주지부가 벌인 산업별 교섭에서 노사는 “직무능력 및 성과 평가의 결과만을 이유로 해고할 수 없다”는 단체협약에 서명했다. 임금체계를 개편할 때는 기존 임금 수준을 저하하지 않기로 했고,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을 개별적 동의로 개정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이 회사는 지난 5년 동안 정규직 직원을 293명 채용했다. 전체 인원의 27%나 된다. 노사협의가 마무리되면 16명을 또 뽑는다. 방법은 간단했다. 부모 세대가 봉급을 깎는 게 아니라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싸웠다. 매년 사내하청 노동자 10%를 정규직으로 채용하기로 했다. 세 개의 하청업체는 하나로 줄었고, 정규직 비율은 87%에 이른다. 지난해 정규직이 된 20대 여성 노동자의 연봉은 4500만원. 안정된 직장에 다니는 ‘우리의 딸’에게 삼포(연애·결혼·출산 포기)는 없다. 트럭을 생산하는 타타대우상용차도 임금피크제 없이 매년 30~40명씩 5년 동안 173명을 새로 뽑았다. 올해 5월부터 정규직이 된 30대 청년의 연봉은 6천만원. ‘우리의 아들’은 곧 단란한 가정을 꾸린다. 다스와 타타대우상용차는 2~3년 후면 비정규직 없는 ‘좋은 회사’가 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노동개혁 ‘긴급명령’ 이후 정부 여당은 전투태세에 돌입했다. 임금피크제가 청년 고용 창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국회 입법조사처의 보고서도, 정년 연장과 청년실업은 별개라는 전직 고용노동부 장관의 발언도 ‘쇠귀에 경 읽기’다. “노동개혁으로 청년에게 좋은 일자리를”이라는 현수막이 전국에 내걸렸다. 박근혜 ‘사령관’이 “(노동)개혁을 뒤로 미루거나 적당히 봉합하고 넘어가면 후손들은 10배, 100배의 고통을 겪게 된다”고 엄포를 놓자, 당·정·청은 일요일에 모여 올해 말까지 노동개혁을 마무리하겠다고 다짐했다.
임금피크제, 저성과자 해고와 함께 비정규직법 개정은 박근혜 노동개혁 삼두마차다.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읽던 날, 고용노동부는 식당에 교수들을 모아놓고 비공개 토론회를 열었다. 정부 발제문의 핵심은 두 가지. 35살이 넘으면 현행 2년인 기간제 사용기간 제한을 없애고, 55살 이상은 제조업 생산 공정까지 모든 업종에서 파견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보통 일을 시작한 지 2년이 지나면 어느 정도 익숙해진다. 기간제 사용기간 제한을 없애거나 4년으로 늘리면 숙련된 비정규직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다. 55살 이상 파견을 전 업종으로 확대하면 10~20년 경력의 전문가를 ‘싼값’에 쓸 수 있게 된다. 20대에는 알바, 35살이 되면 계약직, 55살이 넘으면 파견직으로 떠돌게 되는 ‘평생 비정규직’ 시대, 대한민국 재벌의 꿈이 이루어진다.
한국노총은 임금피크제, 저성과자 해고,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 등 다섯 가지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노사정 논의를 중단했다. 그런데 정부 일각에서 임금피크제와 일반해고 요건 완화를 중장기 과제로 전환한다는 중재안을 내비치자 18일 노사정위 복귀 여부를 논의한다. 부모 봉급 깎고, 우리 딸 아들 평생 비정규직 만드는 협상으로 우리 후손들이 ‘100배의 고통’을 겪게 될까 걱정이다.
박점규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집행위원
박점규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집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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