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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싱크탱크 시각] 이제 대북지원의 문을 크게 열 때다 / 김보근

등록 2015-08-30 18:42수정 2015-08-30 20:32

남북 고위당국자의 무박 4일 회담 결과인 ‘8·25 합의’는 순항할 것인가, 아니면 또다른 ‘지뢰’를 만나 좌초할 것인가.

‘전쟁 위기감’까지 느껴야 했던 많은 남북의 주민들은 이번 합의가 남북관계 안정화의 계기가 되기를 희망할 것이다. 하지만 남북관계를 악화시킬 ‘적대감’이라는 복병이 아직 곳곳에 산재해 있다. 섣부르게 남북관계를 낙관만 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박근혜 정부의 의지다. 필자는 지금 이 시점에서 박근혜 정부가 대북지원의 문을 크게 넓힘으로써 남북관계 발전 의지를 표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명분도 실리도 모두 얻을 수 있는 좋은 방안이기 때문이다.

이번 합의의 최대 수혜자는 어쩌면 남북의 정권이다. 박근혜 정부는 8·25 합의 직후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49%를 기록했다. 전주에 비해 지지율이 15%포인트나 수직상승한 것이다. 8·25 합의에 힘입은 결과다.

구체적 통계는 없지만, 북의 김정은 정권도 박근혜 정부와 비슷한 지지율 상승을 경험했을 것이다. 북한 주민도 남한 주민 못지않게 심각한 전쟁 위기감을 느끼다가 8·25 합의에 안도감을 내쉬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8·25 합의는 남북관계가 그동안 얼마나 악화됐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남북은 대화보다는 상호 비난에 치중했다. 그 결과 남북 사회는 햇볕정책 때와는 다르게 상호 적대감을 곳곳에 쌓아두게 됐다. 남북간에 팽배한 적대감은 대화를 거부하는 거대한 벽이 돼갔다. 웬만한 대화 제안들은 그 거대한 ‘적대감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렇게 남북간 대화가 단절되면서 적대감은 더욱 커져갔다. ‘적대감의 악순환’이다.

이번 합의는 그 ‘적대감의 벽’을 겨우 넘은 것이다. 전쟁이 날 수 있다는 강한 위기감 때문이었다. 전쟁에 대한 두려움이 남북 모두 상대에 대한 적대감을 간신히 누른 모양새다. 하지만 곳곳에 쌓인 ‘적대감의 지뢰’를 그대로 둔다면, 남북관계는 다시 틀어질 수 있다. 그 뒤에는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어쩌면 다음에는 전쟁 위기감으로도 쉽게 풀리지 않는 남북 대치 상황이 조성될지도 모른다.

남북은 현재 이번 8·25 합의 사항 중 제5항에 명문화한 이산가족 상봉을 우선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남북은 9월7일 실무회담을 열기로 합의한 상태다. 남북 당국회담 개최나 민간교류 활성화 방안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 어떻게 풀어갈 수 있을지 남북이 모두 고심하고 있는 상태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가 대북 인도적 지원의 문을 대폭 확대한다면 큰 상징성과 주도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대북 인도적 지원은 사실상 닫혀 있다. 통일부가 영유아 중심으로 대북지원 품목을 제한하고 있고, 북은 이에 맞서 인도적 지원물품 수령 자체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활발하게 오가던 대북 인도적 지원단체의 방북 활동도 뚝 끊긴 지 오래다.

박근혜 정부가 이 시점에서 지원 품목 제한을 없애고 지원단체들의 방북을 허용하는 조처를 취한다면, 국민들은 박근혜 정부의 남북관계 발전 의지를 크게 신뢰할 것이다. 북도 인도적 지원물품 수령을 거부해오던 기존 태도를 진지하게 재검토할 수 있다. 남북 당국회담 개최도 탄력을 받을 것이다.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1995년 시작된 대북 인도적 지원은 그 이전에 쌓여 있던 남북의 적대감을 크게 낮추었다. 인도적 지원을 통한 적대감 해소는 이후 2000년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데도 크게 공헌했다. 박근혜 정부가 임기 내 정상회담이라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면, 더욱더 지금 이 시점을 놓치면 안 된다.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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