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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사기꾼 증후군 / 박순빈

등록 2015-09-15 18:37

13일 밤 노사정위원회 대표자 회의에서 잠정 합의안이 나오자,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방송에 환영 광고를 냈다. “청년 일자리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수용한 대승적 결단”이라며 합의를 높이 평가했다. 특히 정부는 일반해고 요건의 완화를 큰 성과로 여기는 듯하다.

그동안 정부와 사용자 쪽은 성과가 낮은 사람이나 근무태도 불량자를 해고할 수 있어야 기업의 생산성이 높아진다고 주장해왔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쉬운 해고가 아닌 공정한 해고를 위한 조처가 필요하다”고까지 했다. 노동자에게 해고는 사실상 ‘경제적 살인’에 비유된다. 그렇다면 최 부총리의 생각은 기업이 노동자를 ‘공정하게 살인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건가?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인 피터 드러커는 “경영의 본질은 성과에 대한 책임”이라고 했다. 기업의 성과에 대한 책임은 경영자에게 물을 일이지 개별 직원에게 물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국가 운영의 성과도 마찬가지일 게다.

미국의 리더십 전문가 해럴드 힐먼이 쓴 <사기꾼 증후군>을 보면, 자신의 성공을 운과 우연의 결과로 생각하는 리더에게 흔히 나타나는 경향이 나온다. 자신의 무능과 실패가 드러나는 상황을 두려워한 나머지 가면으로 민낯을 감추려 하며 스스로를 사기꾼이라 생각한다는 것이다. 힐먼이 책에서 소개한 사기꾼 증후군의 증상들이 무척 흥미롭다. 국내 높은 자리에 계시는 분들의 얼굴이 겹쳐지기 때문이다. 몇 가지 대목을 인용하면 이렇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신적 명령이라 여긴다. 업무 활동이나 개인 생활은 잘 드러나지 않고 소문만 있다. 조직의 성과가 안 좋으면 남들이 못해서 자기만 고생이라 생각한다. 문제가 생기면 자신과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고 아예 없는 일처럼 부인한다. 의견이 다양한 것을 못 견디고 무조건 하나로 모이는 것을 편하게 여긴다. 너무 대담하고 단호하게 발언한다.

박순빈 연구조정실장 겸 논설위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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