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사는 증권시장에서 채무증서를 발행하는 조직의 신용 상태를 평가해 등급을 매기는 곳이다. 돈을 빌리는 조직, 곧 일반기업이나 금융회사, 국가가 원리금을 제때에 갚을 능력이 얼마나 되는지 판정한다. 채무증서를 사는 쪽(투자자)과 파는 쪽 사이에 존재하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완화함으로써 증서가 원활하게 유통되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내걸고 있다.
신용평가사들의 주무대는 아무래도 세계 금융시장이다. 무디스, 에스앤피(S&P), 피치가 세계 신용평가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이들 3사의 점유율이 95%가량 되며 그중에서도 무디스와 에스앤피 비중이 80% 정도 된다.
며칠 전 에스앤피가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에서 AA-로 한 단계 올린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처음으로 3대 평가사로부터 모두 AA-(무디스는 Aa3)라는 역대 최고 등급을 받게 됐다. 이 위로는 3개(AA, AA+, AAA)가 더 있다.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3대사에서 AA-이상의 등급을 받은 나라는 한국 등 8개국뿐이다. 반면, 일본은 에스앤피로부터 강등(AA-→A+) 판정을 받아 우리나라에 모두 뒤지게 됐다. 기획재정부는 이번 등급 상향 조정으로 국내 경제주체들의 국외 차입 비용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 청와대가 반색하고 나설 만하다.
하지만 크게 의미를 둘 일은 못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3대 평가사에 대한 평판이 특히 세계금융위기 이후 상당히 나빠져서다. 많은 금융회사와 일반기업의 신용 상태를 엉터리로 평가해 최고 등급을 부여하는 등의 잘못을 저질렀다. 금융위기를 낳는 데 한몫한 셈이다. 이런 잘못은 유럽 국가 채무위기 때 재연됐다. 외환위기 직전까지 2개사가 우리나라에 AA- 등급을 준 것은 또 다른 사례다. 이들이 등급 조정 과정에서 힘을 너무 많이 행사하고 이해상충을 빚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비판도 있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아마르티아 센이 신용평가사에 대한 통제 필요성을 역설한 것 등은 그래서다.
이경 논설위원 jae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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