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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싱크탱크 시각] 북 ‘로켓’-‘핵실험 위협’ 분리 대응하자 / 김보근

등록 2015-09-20 18:43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북한이 지난 14일 인공위성을 실은 로켓 발사 가능성을 예고한 데 이어, 15일 제4차 핵실험 실시 가능성까지 들고나왔다. 자칫 잘못하면 한반도가 다시 ‘대립과 갈등의 혼란기’에 들어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박근혜 정부의 지혜로운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그 지혜란 북의 로켓 발사와 4차 핵실험 위협에 대해 분리 대응하는 것이다. 요약하면, 북의 로켓 발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남북 대화채널과 외교적 역량을 총동원해야겠지만, 로켓이 발사된다 하더라도 북한을 제4차 핵실험 쪽으로 내모는 듯한 양상은 만들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대신 6자회담 재개 등 대화의 틀을 복원하는 데 역량을 쏟았으면 한다.

현재 북한 상황으로 볼 때 로켓 발사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인다. 북한은 이미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 위치한 ‘서해 위성발사장’의 발사대 확장공사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당 창건 70돌 기념일에 맞춘 로켓 발사는 대내 선전효과가 크다. 김정은 제1비서가 강조해온 ‘과학중시정책에 따른 국가발전 비전’을 북한 주민들에게 효과적으로 선전할 수 있는 기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추가 핵실험은 대내 선전 측면에서 볼 때 이보다 효용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북은 이미 2013년 3월말 경제·핵 병진정책을 통해 ‘핵을 통한 안보 우려 불식과 경제성장 달성’이라는 담론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이 담론은 대내 선전 차원에서 볼 때 거의 완결적 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실행 가능성은 별개의 문제다.

하지만 로켓 발사 뒤 유엔 제재 결의안이 통과되면, 북의 핵실험 가능성은 오히려 커진다. 이런 압박은 미미했던 핵실험의 대내 선전효과를 극적으로 높일 것이기 때문이다. 김 제1비서는 ‘미 제국주의의 대북 압살 책동에 굴하지 않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내부적 단결력을 높일 수 있다. 핵실험에서 얻는 정치적 이득이 크게 늘어나는 것이다.

‘로켓 발사=유엔 제재’란 정의를 미국이 항상 실천한 것도 아니다. 미국의 대이란 정책을 보면 명백하다. 이란은 지금까지 4차례에 걸쳐 자체 로켓으로 인공위성을 발사했다. 2009년 2월 이란어로 희망을 뜻하는 ‘오미드’ 인공위성을 자체 개발한 로켓 사피르-2호에 실어 발사한 것이 첫번째다. 그 뒤 유엔은 2010년 6월 안보리 결의안 1929를 통해 ‘이란은 핵무기를 운반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에 관련한 어떤 행동도 해서는 안 된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이란은 그 뒤에도 2011년 6월 라사드(관찰)1호와 2012년 2월 나비드(전령)호를 자체 개발한 로켓에 실어 쏘아올렸다. 이란은 또 미국 등과의 핵협상이 한창이던 올해 2월에도 4번째 위성 파즈르(새벽)호를 발사해 지상 480㎞ 궤도에 진입시켰다.

이와 관련해 아사이 모토후미 전 도쿄대 교수는 최근 일본 언론에 기고한 글에서 “내가 안보리 결의 및 의장성명을 확인한 바로는 (이란의 추가 위성발사와 관련한) 제재 결의나 안보리 의장성명은 없었다”고 밝혔다. 미국은 단지 그때그때 이란에 대한 비난성명 등만 냈을 뿐이다.

이는 아마도 인공위성 문제를 가지고 다투면 어떤 유의미한 결론도 내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일 수 있다. 이란의 우주개발 권리 주장도 일정한 설득력이 있기 때문이다. 북한으로서는 만일 다시 유엔 제재를 받게 된다면, 주민들에게 할 말이 더욱 많아질 것 같다. 미국이 북한을 이란에 비해서도 차별 대우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로켓 발사와 핵실험 가능성을 밝혀 한반도가 떠들썩한 사이, 미국에서는 17일 이란 핵협상안이 상원에서 조용히 통과됐다.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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