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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프로크루스테스와 ‘좋아요’ / 구본권

등록 2015-09-21 18:41

‘좋아요’는 2007년 미국의 소셜미디어 프렌드피드가 처음 선보였다. 페이스북이 2009년 이 회사를 인수하면서 페이스북의 상징이 됐다. 전에도 ‘별점 주기’와 ‘추천’이 있었지만, ‘좋아요’를 누르면 널리 공유되는 기능은 페이스북의 두드러진 장점이 됐다. 페이스북 바깥의 콘텐츠도 앞다퉈 ‘좋아요’ 단추를 달고, 개인과 조직들도 ‘좋아요’ 숫자를 늘리려 애쓰고 있다. 선거 때 ‘좋아요’를 사들여 호감도를 높이려는 정치인들도 있다.

마크 저커버그는 지난 15일 “사용자 요구를 받아들여 ‘싫어요’ 단추를 도입하려 한다”고 말했다. 재난과 참사에도 ‘좋아요’를 눌러 소통하면서 불편함을 경험한 목소리를 반영하겠다는 말이었다. 유튜브에는 ‘좋아요’와 ‘싫어요’가 함께 있지만, 페이스북에 도입될 새 단추는 ‘공감해요’ ‘슬퍼요’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좋아요’는 추천과 공유 기능을 넘어선다. 개인의 취향과 선택을 드러내는 행위이며, 기업이 알고자 하는 고객 정보다. 미국에선 선거 때 상대편 후보나 동성애자 지지 단체에 ‘좋아요’를 눌렀다가 해고된 사례도 드물지 않다. 페이스북 때문에 해고된 사람들 사례를 모은 사이트가 있을 정도다. 2013년 3월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은 무작위로 수집한 페이스북 ‘좋아요’ 5만8000개를 분석한 결과, 인종·성적 취향·지지정당 등 프라이버시 정보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저커버그는 ‘싫어요’가 글에 대한 찬반 도구가 될까 봐 허용하지 않아왔다고 말했다. ‘좋아요’에 더해 ‘공감해요’라는 단추를 제공하겠다는 말은 이젠 기계가 글쓴이의 감정과 글의 내용을 자동파악하게 됐다는 걸 뜻한다. 서비스의 설계자이자 운영자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처럼 자신만의 기준을 강요했지만, 사용자는 설계 변경이나 다양한 감정 표현의 권리를 요구하지 않았다. 단지 감정을 ‘좋아요’에 맞춰왔다. 설계자가 ‘싫어요’를 허용하겠다고 하자, 다시 ‘좋아요’가 쏟아지고 있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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