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하는 친구가 자신의 공연을 연극의 형태로 변주를 했다. 무대에는 노래하고 연주하는 사람들 외에 발성이 잘 다듬어진 배우 한 명이 등장했다. 배우는 노래하는 자의 또다른 자아, ‘섀도’ 역할을 했다. 가수가 무대에 올라 노래를 할 때, 자신의 노래를 집중하며 들으러 찾아온 관객들 앞에 설 때, 어떤 태도인지 어떤 심정인지를 방백으로 발화하며 공연이 진행됐다. 공연의 마지막도 마찬가지였다. ‘섀도’는 가수가 가수로서 기피해야 하고 차마 말해서는 안 되는 내면의 가장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이야기를 발화하며 끝난다. 어디서 본 적 없는 가장 내면의 소극적인 목소리를 들은 관객은 그 장면에서 커다란 용기를 목격한다. 용기라는 말 외에 다른 말은 어울리지가 않는 야릇한 감동에 사로잡힌다. 공연을 다 보고 나와서 길을 걸으며 생각했다. 이 세상에 노래만 다양한 게 아니라, 노래 부르는 방법만 다양한 게 아니라, 노래를 들려주는 방법도 이렇게 다양하다는 것에 대해서가 아니라, 우리는 왜 저마다의 자기 방법을 찾지 않을까에 대하여. 늘 비슷한 목소리를 내는가에 대하여. 비슷한 목소리만 선호하는가에 대하여. 나는 골똘히 생각하는 중이다. 가장 깊숙한 곳에서 소리치고 있는, 한번도 세상에 꺼내본 적 없는 진짜 내 목소리는 무얼까. 만약 내가 무대에 서서 내 ‘섀도’를 내세워 무슨 이야기를 방백처럼 할 수 있다면, 그 내용은 무엇일까. 아직은 알 수 없지만 꼭 알아내고 싶어졌다.
김소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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