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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싱크탱크 시각] 미·중만 이익 되는 박근혜 통일외교 / 김보근

등록 2015-10-18 19:19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앞으로 미국과 중국만 남는 장사를 하게 될 것 같다.’

16일 끝난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보면서 든 생각이다. 특히 마지막날 발표한 ‘2015 북한에 관한 한·미 공동성명’을 보면 한반도 장래와 관련해 남한이 할 수 있는 일이 더욱 줄어들 수 있다는 걱정이 앞선다.

청와대는 ‘북한에 관한 한·미 공동성명’이 한-미 정상회담 역사상 처음으로 발표된 북한·북핵 문제만 담은 성명이라며 큰 성과로 삼는 모양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통일 문제를 심도 깊게 논의했다”고 밝힌 것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약 한달 사이에 미·중을 오가며 남한이 중심이 돼 통일 논의를 이끌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다. 하지만 앞으로 한반도에서 전개될 상황을 살펴보면, 박 대통령의 ‘통일외교’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이번 공동성명에서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은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비가역적인(CVID) 비핵화”를 ‘한·미의 공동목표’라고 못박은 부분이다. 이 부분을 읽는 순간 역사의 시곗바늘이 2003년으로 되돌아간 듯한 느낌이었다. 당시 부시 행정부는 같은해 8월 개막된 1차 6자회담에서 이런 원칙에 따른 ‘선 핵폐기’를 북에 요구했다. 북한이 이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6자회담은 진척을 보지 못했다.

결국 변화가 일어난 것은 미국이 2004년 6월 열린 3차 6자회담에서 ‘시브이아이디’ 대신 ‘포괄적 비핵화’라는 용어를 쓰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2005년 9월 4차 6자회담 2단계 회의에서 합의된 ‘9·19 공동성명’은 이런 변화가 반영된 결과였다. 북-미가 이견을 좁혀나가는 데서 당시 노무현 정부의 역할이 중요했다.

그런데 미국이 다시 6자회담 초기의 강경 입장으로 돌아선 것이다. 이는 북한이 수용하지 못할 조건을 내세움으로써 결국 ‘북핵’을 핑계로 대중국 포위망을 더 두텁게 만들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이다. 자신들의 대중국 포위 전술에 박 대통령이 전적으로 지지를 보낸 셈이니, 미국으로서는 남는 장사다.

하지만 남한은 손해다. 북-미 사이에 중재자로 나설 여지를 스스로 없애버렸기 때문이다. 당장 북한 외무성이 17일 밤늦게 성명을 내어 미국에 직접 ‘한반도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할 것’을 촉구했다. 외무성 성명에서는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일체의 언급이 없었다.

공동성명은 이와 함께 북한과의 대화 등을 위해 “중국 및 여타 당사국들과의 공조를 계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는 한·미는 북한을 계속 압박할 것이니, 중국이 나서서 북이 로켓 발사나 핵실험을 하지 않도록 막아달라는 얘기다. 미국의 대중국 포위 문제를 별개로 한다면, 이 또한 중국으로서는 남는 장사다.

사실 북한 당 창건 70돌 기념일인 지난 10월10일을 전후해 한반도에 평화가 유지된 데는 중국의 공이 가장 컸다. 공산당 서열 5위인 류윈산 정치국 상무위원을 파견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북한이 로켓 발사 유예를 결정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후 북-중 사이에서 전반적인 관계 회복과 함께 경협이 크게 속도를 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런 구도는 중국엔 나쁘지 않다.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동북아에 대한 리더십을 인정받으면서, 북한과의 경협을 통해 낙후된 동북3성 경제도 살릴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한반도 경제공동체라는 비전을 점점 잃게 된다.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박 대통령의 통일외교를 선전하는 소리는 요란하다. 하지만 실상은 남북이 아닌 미·중의 잔칫상만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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