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핀란드 출장길에 처음으로 숙박 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를 이용해봤다. 숙소는 헬싱키 외곽의 한적한 마을에 자리잡은 가정집이었다. 가구의 모양새와 배치, 조명의 색깔과 밝기 하나까지 흥미로웠다. 욕실에 달린 핀란드식 사우나를 보고는 나도 모르게 환호성을 질렀다. 매일 밤 홀로 사우나에서 땀을 빼고, 정원의 찬바람을 쐬는 호사를 누렸다. 낯선 도시에서 현지인들이 사는 주거 공간을 비집고 들어가 한구석을 차지하는 일이라니. ‘에어비앤비’의 경쟁력임에 틀림없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시도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호스팅(방을 빌려주는 서비스) 방법을 검색해 봤다. 순간 머리를 때리는 기사를 발견했다. ‘에어비앤비 투자 어떻게?’라는 제목으로 “‘에어비앤비 호스팅하기’ 특강을 들은 이모씨가 월세를 주고 있던 소형 아파트의 세입자를 내보내고 에어비앤비 서비스로 전환했다”며, “원래 시세는 보증금 1000만원에 70만원이었지만, 수익이 150만원으로 훌쩍 뛰었다”는 내용이었다. 세입자를 쫓아내고 에어비앤비를 이용해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는 ‘쉬운’ 방법을 안내하는 내용이 버젓이 기사화되고 있었다.
본래 에어비앤비는 창업자가 월세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아파트의 남는 공간과 간단한 아침식사를 여행자에게 제공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빈방을 임대하고 싶은 집주인과 여행객을 연결해주는 온라인 플랫폼으로, 사이트를 통해 숙박객을 유치한 집주인들은 수입의 3%를 에어비앤비에 중개수수료로 지급하도록 되어 있다. 지난 20일 매일경제 주관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한 네이선 블러차직 에어비앤비 공동창업자는 “집주인의 단골 카페를 방문하고 현지 이웃들을 만나는 일은 호텔에 머물면서는 누릴 수 없는 경험”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에어비앤비 사이트에는 집주인이 살지 않는 숙소가 다수 올라와 있다. 게다가 세금을 한푼도 내지 않고, 숙박업 소방 안전 기준은 준수할 필요도 없다.
에어비앤비와 나란히 공유경제의 대명사로 손꼽히는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우버는 차량을 가진 개인과 차량이 필요한 개인을 스마트폰 앱으로 연결하는 차량 예약 이용 서비스다. 2010년 서비스를 시작한 우버의 기업가치는 2013년 10억달러에서 최근 510억달러로 확대됐다. 하지만 여전히 택시업계의 반발에 부딪히고 있는 ‘뜨거운 감자’다. 운전자의 자격증이나 보험 가입의 의무도 없고, 세금도 제대로 내지 않기 때문이다.
우버와 에어비앤비는 기존 업계의 저항과 세금이나 각종 규제와의 상충 문제, 모호한 책임 범위 등으로 인해 세계 곳곳에서 사회적 마찰을 빚고 있다. 사실 공유경제 기업이 환영받았던 이유 역시 일자리의 불안정, 실질 임금의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수입원이 된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적어도 이들 공유경제를 표방하는 거대 기업에서 ‘공유’의 의미는 비즈니스에 잠식당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작가이자 인터넷 비평가인 예브게니 모로조프는 가진 게 없는 사람은 공유에서도 소외된다며, 디지털 공유경제를 ‘디지털 신자유주의’로 명명하며 비판했다. 전 미국 노동부 장관이자 버클리대 교수 인 로버트 라이시는 “‘공유경제’(Sharing Economy)가 아니라 부스러기(scraps)만 떨어지는 ‘부스러기 공유 경제’(Share-the-scraps Economy)”라고 꼬집었다. 대부분의 수입은 플랫폼을 소유하는 소수와 투자자에게 돌아가고, 남은 부스러기만 노동자의 몫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새로운 산업과 기존 산업의 충돌은 필연적이다. 다만, 그 충돌 지점에 준비되지 않은 노동자와 소외된 시민이 없는지 살펴볼 일이다.
조현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적경제센터장 gobogi@hani.co.kr
조현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적경제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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