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선수생활은 화려하지 않았다. 마이너리그에서 3할 안팎의 타율을 기록하다가 26살이던 2004년 메이저리그 무대에 처음 섰다. 175㎝, 75㎏의 야구선수로는 비교적 작은 체구로 빅리그 4시즌 동안 총 140경기에 출장해 타율 0.200, 2홈런 2도루 12타점의 성적을 올렸다. 풀타임으로 출전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2007년에는 일본프로야구 닛폰햄 파이터스에서 뛰기도 했다. 최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신임 사령탑으로 깜짝 선임된 앤디 그린 얘기다. 그의 나이 38살. 지난해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연소(37살)로 탬파베이 레이스 유니폼을 입은 케빈 캐시 감독 다음으로 가장 어린 빅리그 사령탑이다.
그린 감독은 지도자로서는 발군의 모습을 보였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산하 마이너리그 선수들을 지도하면서 연속해서 올해의 감독(더블에이)으로 선정됐다. 2015 시즌에는 애리조나 3루 주루코치로 활약했다. 20시간 마라톤 면담 끝에 그린을 새 사령탑으로 영입한 에이 제이 프렐러 샌디에이고 단장은 “그린 감독은 열정이 있고 야구에 대한 지식 또한 풍부하다”고 발탁 이유를 설명했다. 샌디에이고는 2015 시즌에 앞서 능력 있는 선수들을 그러모았으나 팀 성적은 74승88패,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4위에 그쳤다.
샌디에이고 지역 언론과 팬들은 그린 감독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다. 2006년 이후 9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해 나름 명장이 영입되기를 원했다. 그러나 그린 감독은 “비록 샌디에이고에서 뛴 적은 없지만 안팎의 모든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겠다. 우리는 오늘보다 더 밝은 내일이 있다고 믿어야 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편견에 갇히면 그저 ‘나이’만 보일 뿐이다. 많건 적건 나이 혹은 경험은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 한국프로야구에서도 초보 김태형 감독이 두산을 14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지 않았던가. 4년 전 류중일 삼성 감독도 그랬고.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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