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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야! 한국사회] 위기의 자동차 노동시장 / 강정수

등록 2015-11-04 18:41

부실에 빠진 대우조선해양에 4조2000억원이 투입된다. 국민 세금으로 꺼져가는 조선산업을 살리겠다고 한다. 대우조선해양 쪽은 임원과 고위직 직원 30%를 줄이고, 정년퇴직 등 자연감소와 신규채용 중단 등 고용 규모를 단계적으로 축소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렇게 생산직 7000여명과 사무직 6000여명 정규직 노동자의 일자리는 국민 세금 덕에 일단 위기를 모면했다. 국내 대형 조선 3사가 사상 초유의 적자를 기록한 것의 일차적 책임은 시장 변화를 제때에 인식 못하고 잘못된 판단을 한 경영진에게 있다. 매몰비용과 사회비용이 높은 설비산업의 동향을 정밀하게 예측하고 이에 맞는 정책을 실행하지 못한 행정부 그리고 국회로 대표되는 정치권 또한 부실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문제는 피해의 불공정성에도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정규직 노동자에게 현재까지 피해는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 동일노동을 하며 절반 수준의 임금을 받아온 협력업체 노동자는 단숨에 일자리를 잃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노동시장에도 빈익빈 부익부가 자리잡은 지 오래다. 특정 산업이 호황을 누릴 때 해당 노동시장의 아픈 상처는 수면 아래 숨겨져 있다. 불황 또는 구조적 위기에 직면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협력업체 노동자와 비정규직은 순식간에 거리로 내쫓기고, 이들의 이해를 대변할 이해단체나 정치세력은 없거나 극소수다.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이 끝나면 조선산업의 정규직 노동자에게 위기가 닥칠 가능성이 높다. 그때 손 내밀 연대세력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새누리당이나 새정치민주연합이나 선거가 끝난 마당에 정규직 노동자 구호에 나설 일이 없기 때문이며, 먼저 직장을 잃은 협력업체 노동자에게 연대를 요구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거제와 울산 등에서 우울하고 음산한 사회가 탄생할 수 있다. 조선에 이어 자동차 산업마저 유사한 구조적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으로 세계 경제의 거대한 디지털 변화를 촉발했던 애플이 “자동차야말로 최고의 모바일 기기”라며 2019년 전기자동차 양산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전기자동차는 자동차 생산 방식과 가치사슬의 거대한 변화를 동반한다. 이 변화가 무섭다. 일본의 도요타는 1970년대와 1980년대를 거치면서 적시생산이라 불리는 도요타 생산시스템을 발전시켰다. 이후 자동차 산업은 소수의 완성차 기업이 내연기관과 차체 개선을 중심으로 신차 모델 개발에 집중하고, 다수의 부품업체가 계기판, 브레이크, 좌석, 타이어 등에서 전문성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자동차 생산 가치사슬에 결합하고 있다. 소수의 완성차 사업자가 다수의 부품업체를 지배할 수 있는 이유는 폭발하는 힘을 움직이는 동력으로 전환하는 내연기관의 개발과 생산에 있다. 내연기관은 시장 진입장벽으로 기능하기 때문에 새로운 사업자가 완성차 시장에 진입하기란 쉽지 않다. 삼성자동차의 실패가 이를 증명한다. 문제는 내연기관이 사라진 전기자동차 가치사슬에서 현대자동차와 같은 완성차 업체의 역할이 없다는 데 있다. 소프트웨어 전문성에 기반하여 전기자동차를 조립생산하는 테슬라, 구글, 애플은 보슈, 델피아 등 자동차 부품업체 및 배터리 생산기업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전통 완성차 기업의 자리가 없다. 한국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자동차 부품업체가 현대모비스로 사실상 단일화되어 있고, 현대모비스의 운명은 현대자동차와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강정수 ㈔오픈넷 이사
강정수 ㈔오픈넷 이사
정부와 정치권은 자동차 산업에 불고 있는 구조변화를 연구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지 못할 경우 자동차 산업에서도 국민의 혈세를 낭비할 뿐 아니라,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갈라진 노동사회에 치유할 수 없는 상처와 수모를 준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강정수 ㈔오픈넷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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