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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야! 한국사회] “아직도 검찰이 궁금해?” / 임범

등록 2015-11-09 18:59

이석우 전 카카오 대표를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는 기사를 보면서 여러 가지가 궁금했다. ‘이런 큰 기업 대표가 자기 이득 챙기겠다고 아동 음란물 유통을 방치했다고? 일부러는 아니더라도 결과적으로 카카오톡 안에서 유통되는 일이 벌어졌으니 책임져라? 그게 형사처벌할 만큼 비난 가능성이 있는 건가?’ 진짜 궁금함은 그다음에 생겼다. 기사를 뒤져봐도 이렇다 할 검찰의 설명을 찾을 수 없었다. 대다수 기사가 ‘카카오톡이 검찰의 감청영장 집행을 거부한 데 대한 보복 기소’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고 썼다. 또 검찰 기소 뒤 카카오 쪽에선 무죄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인터넷기업협회에선 검찰의 기소가 무리하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거기에 대한 검찰의 답변이나 설명도 찾을 수 없었다. ‘왜 아무 설명이 없지? 모두가 궁금해할 사안이면 옳든 그르든 답을 해야 하지 않나?’

사람들에게 이런 궁금함을 말했더니, 그들이 나를 궁금해했다. “넌 아직도 검찰이 궁금해? 뻔한 거 아냐. 미운 놈 꼬투리 잡아 얽어매 놓겠다는데 달리 할 말이 뭐 있겠어.” 나이, 재산, 정치성향 불문하고 이런 취지로 말하는 이가 열에 열이었다. 나도 안다. 권력에 밉보인 이를 세무감사하고, 수사하고, 기소하고, 보복이라는 논란이 따라붙고, 그중 상당수는 무죄가 났던 최근의 일들을.

하지만 횡령, 탈세처럼 자주 봐온 그간의 사건과 달리, 이 사안은 앞으로의 법과 제도 운용에 큰 영향을 끼칠 것 같았다. 아동 음란물 유통을 막는 조처를 취하지 않은 데 대해, 이번처럼 온라인 서비스 기업에 형사 책임을 지운 것부터가 이례적인 일이란다. 또 인터넷 업계 쪽 주장은, 카카오 쪽이 할 수 있는 조처를 다 했고, 그 이상을 하려면 개인들의 통신 내용을 들여다봐야 하는데 이건 프라이버시 침해여서 어렵단다. 이쯤 되면 법과 기술적 시스템 사이에 문제가 있는 사안이라는 말일 거다.

그런 사안에서 이례적인 기소를 했다면 당연히 피고인의 비난 가능성을 충분히 설명해야 할 거다. ‘(카카오 쪽이) 최소한 이 정도는 했어야 하고, 또 할 수 있었는데, 실제로 다른 데선 그런 것 혹은 그 비슷한 조처를 하는데, 아울러 그런 걸 하라는 정부 부서나 여론의 독촉이 있었는데, 그런 걸 무시했고, 거기엔 어떤 이익을 챙기거나 불이익을 막으려는 의도가 있었고….’

하지만 검찰은 말이 없고, 관련 업계는 납득 못하겠다고 하고, 대다수 기사는 ‘보복 기소 논란’을 말하고, 주변에선 열이면 열 ‘뻔한 거 아니냐’고 한다. 사회가 이렇게 굴러가도 되나? 기자들이 게을러서 검찰 취재를 안 하는 건가? 언론사에 있는 후배에게 물어봤더니, 검찰이 기소 사실을 발표할 때 별다른 보도자료나 기자회견이 없었고, ‘보복 기소 논란’에 대한 검찰 코멘트를 따라고 대검 출입 기자에게 지시했더니 ‘대검에선 코멘트 안 한다’고 답이 왔단다.

임범 대중문화평론가
임범 대중문화평론가
기자들이 더 열심히 묻지 않아서 말이 없는 건지, ‘보복 기소’여서 달리 할 말이 없는 건지 나로선 알 길이 없다. 혹시라도 후자라면, 효과 면에서 볼 때도 검찰이 말 안 하는 게 좋을지 모른다. ‘뻔한 거 아냐’는 추측 아래 ‘뻔한 보복’을 피하려고 다른 이들도 밉보이지 않게 조심할지 모르니까. 분명한 건, 검사는 죄인 잡아넣고 유죄 받아내는 기계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 법 집행을 왜 하는지, 그 비난 가능성이 어떤 건지, 그게 다른 가치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범죄 예방과 제도 개선과 인권보호 같은 변수들까지 다 고려해서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사회가 검사에게 권한을 주고 대접해주는 이유일 거다. 그런 고려를 충분히 했다면 말 안 할 이유가 있을까.

임범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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