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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광화문광장에 ‘을’들이 운집하는 이유 / 박석운

등록 2015-11-11 18:52

11월14일 노동자·농민·도시빈민 등 땀 흘려 일하는 기층민중들이 전국에서 집결하는 민중총궐기 대회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다. 주최 쪽은 15만명 이상의 대규모 군중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니, 아마도 1987년 대통령 선거 유세와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이후 최대 인파가 모일 것이다. 무슨 이유일까? 한마디로 ‘더 이상 이대로는 못 살겠다’는 것이다. 박근혜-새누리당 정권의 민주파괴·민생파탄 정책이 막장으로 치달으면서, 땀 흘려 일하는 서민들의 삶은 백척간두의 낭떠러지로 내몰리고 있다. 그런데도 대통령과 집권 여당 대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사슴을 말이라 우기면서(지록위마) 진실과 정반대되는 말을 쏟아내고 있다.

재벌들의 초과이윤을 위해 ‘더 낮은 임금과 더 쉬운 해고, 평생 비정규직을 만드는’ 노동개악을 강행하면서, 이를 ‘청년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노동개혁’이라고 떠들고 있다.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화와 차별 철폐를 외치고, 수많은 청년 실업자들이 ‘헬조선’에 짓눌려 있는데도, 박근혜 정권은 허울 좋은 청년 일자리 운운하며 노동개악을 강행하고 있다. 정규직의 처지도 마찬가지다.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저성과자 해고’는 ‘맘대로 해고’를 제도화하는 것이자 해고 위협의 일상화에 다름 아니다.

농민들도 분노하고 있다. 여당은 지난해 전국적으로 “우리 쌀, 새누리당이 반드시 지키겠습니다”라는 빨간색 현수막을 내걸었다. 하지만 정부는 얼마 전 이 약속을 손바닥처럼 뒤집고 밥쌀용 쌀 수입까지 강행했고, 쌀값은 ‘개 사료값보다 못한’ 수준으로 폭락했다. 한-칠레, 한-미,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등 통상협정을 줄줄이 추진하면서 우리 민족 생존의 최후 보루가 될 농업을 ‘버리는 카드’쯤으로 치부한 결과다. 여기에 한-중 자유무역협정 조기 비준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까지 가입을 검토한다니, 농민들은 이제 “아침에 죽으나 저녁에 죽으나 매한가지”라며 반발하고 있다.

빈손에 맨몸 하나로 발버둥치는 노점상들, 부동산 투기판의 맨 밑바닥 피해자인 세입자와 철거민들 역시 “우리도 살아야겠다”며 절규하고 있다. 못사는 사람들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불법이네, 도로정비네’ 하며 용역 폭력들을 동원해 내쫓고 있으니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아버지는 군사쿠데타, 딸은 역사쿠데타.” 박근혜 정권은 절대다수의 역사학자들과 대다수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꼼수를 써가며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는 국정 역사교과서를 강행하고 있다.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는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아니라, 상식과 몰상식, 정의와 반정의의 문제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대표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대표
이뿐이 아니다. 일본 아베 정권의 재무장과 군사대국화를 우려하는 이 땅의 반전·평화 세력들,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안전한 사회 건설을 간절히 염원하는 수많은 평범한 엄마·아빠들,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의혹을 철저히 규명하고 정보기관의 근본적 개혁을 요구하는 시민과 청년·학생들도 “이대로는 안 된다”며 나서고 있다. 국가 운영이 이 지경에 이르렀지만 야당은 지리멸렬한 상태이니 이제 민중들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번 주말 민중총궐기는 노동자대회와 농민대회, 빈민대회와 청년학생대회, 시민대회를 각각 치른 뒤 모두가 광화문광장에 집결해 치러진다. 나라 꼴이 이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0.1%에 불과한 재벌과 기득권층을 우선하는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 99.9%의 절대다수인 ‘을’들도 숨쉬고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은 모두 광화문광장에 모이자.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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